아이의 길을 넓혀주는 일

by 이손끝


나는 요즘, 내가 진짜 잘하는 게 뭘까 하고 생각한다.

어릴 때는 어른이 되면 알게 될 줄 알았다.

멋지게 내 길을 걷고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여전히 모르겠다. 나는 지금도 찾고 있다.


그런 내가 아이의 강점과 재능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 막막하다.

괜히 내 기준으로 단정 짓거나,

나도 모르게 기대를 심어 오류를 줄까 두렵다.


어느 날 아는 분이 말했다.

고등학생인 아이가 진로를 못 정하고 있다고.

나는 처음에 속으로 의아했다.

부모가 어찌 아이가 고등학생까지 성장하도록

방향을 못 잡아줬을까.

그렇게 가까이에서 보고도?

그렇게 긴 시간을 함께 보냈는데도?


하지만 곧 나 자신이 떠올랐다.

나는 다를까?

나는 내 아이가 커가며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재능을 지녔는지

정확히 말할 수 있을까.


사실 쉽지 않다.

아이들은 자주 변한다.

오늘 좋아하던 걸 내일 싫어하기도 하고,

말로 표현 못 하는 마음도 많다.

그러니 부모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때로는 착각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부모는 무엇을 해줘야 할까.

아이를 실컷 방황하도록 두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조금은 방향을 잡아줘야 하는 걸까.

나는 그 사이에서 자주 고민한다.


어쩌면 부모의 역할은

길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길을 넓혀주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아이의 시야가 좁아지지 않게,

선택지가 많아지게,

다양한 경험과 기회를 주는 것.


그렇다고 해서 억지로 끌고 다니는 것이 아니다.

아이의 말과 행동, 반응을 유심히 보는 것이다.

일상 속에서.

거창한 게 아니라

아이가 언제 눈이 반짝이는지,

어떤 일에는 시간 가는 줄 모르는지,

무엇을 하다가 스스로 이야기를 꺼내는지.


가령 책을 읽다가 어떤 주제에서 오래 머무른다든가,

어떤 놀이에서는 리더십을 보인다든가,

음악을 들을 때 표정이 달라진다든가.

그런 작은 장면들이 힌트가 된다.


그리고 중요한 건

그걸 당장 재능이나 진로로 연결 짓지 않는 것이다.

그저 ‘그렇구나’ 하고 마음속에 담아두는 것.

아이 스스로 더 탐색하게 두는 것.

부모가 먼저 ‘넌 이걸 좋아하니 이쪽으로 가야겠다’

결론을 내리는 순간,

아이의 자유는 좁아진다.


나는 그래서 기록을 한다.

메모장에 아이가 좋아하는 것,

요즘 자주 하는 말,

새롭게 시도해 본 것들.

그렇게 쌓이다 보면

아이도 어느 날 스스로 알게 될지 모른다.

나는 그때 살짝 밀어주기만 하면 된다.


부모는 명확한 답을 찾으려 하면 힘들어진다.

나도 나 자신에 대해 모르는데

아이를 다 알 수는 없다.

그래서 오히려 유연해야 한다.

정답을 쥐려고 하기보다

함께 탐색하는 마음으로.


나는 오늘도 아이를 본다.

무표정한 얼굴로 그림을 그리다가

갑자기 웃음 짓는 순간,

어디서 들었는지 알 수 없는 노래를 흥얼거릴 때,

어디론가 조용히 생각에 빠지는 모습.


그 모든 게 다 의미가 있다.

아이는 자기만의 리듬으로 자라고 있다.

나는 그 옆에서,

너무 앞서 가지도 않고

너무 뒤처지지도 않게,

조금 비켜선 자리에서

지켜보고 기다리는 중이다.


그리고 바란다.

아이의 길이 어떤 모양이든,

그게 행복한 업이 되기를.

아이 스스로 좋아서 오래 할 수 있는 것이 되기를.

그렇게 자라기를.


그게 부모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요즘은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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