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멀어지지만 끝내 이어진 사람들

가족에 대하여

by 이손끝


《家族》 — 집 가(家), 겨레 족(族)




나는 친언니가 있다. 결혼을 하며 남편이 언니 곁에서 살자고 해서 엎어지면 코 닿을 가까운 곳에 살게 되었고, 이곳에서 사업도 벌이는 바람에 몸이 멀어지는 일은 어렵게 되었다.


언니와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언니는 솔직하게 말하는 거친 편이고, 나는 한 번 삼키고 돌아보는 뒤끝 있고 소심한 쪽이다. 그래서인지 가끔은 서로가 너무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럴 때면 거리를 조금 두고 지내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사이가 아예 멀어지는 건 또 아니다. 가족이라는 게 참 묘해서, 미운 마음이 들다가도 얼굴을 보면 또 애틋해진다. 애증이다.


나는 요즘 가족이라는 말을 자주 생각한다. 어릴 때는 함께 살아 너무 당연한 말 같았는데, 어른이 되어 각자의 삶의 무대가 달라지고 나니 그 말속에 참 많은 감정이 들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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家는 지붕 아래 돼지가 있는 형상에서 왔다고 한다. 예전에는 돼지가 재산이었으니, 지붕 아래에서 함께 살며 서로를 지키는 것이 집이었다고. 나도 그랬다.


우리 집엔 엄마가 없었다. 어릴 적 이혼 후 집을 나가셨고, 아빠와 언니, 나, 남동생. 넷이서 지냈다. 여자는 둘 뿐이라 어린 여자아이 둘이서 밥을 짓고 빨래를 하고 그렇게 살림을 나눠했다. 같은 지붕 아래에서. 그때는 그저 그렇게 사는 줄만 알았다. 지금 돌아보면, 우리 셋 모두 조금씩 어른이 되느라 애썼던 시간이었다.


그때 나는 집이라는 게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라 마음의 거리로 만들어진다는 걸 배웠다. 같은 지붕 아래 있어도 때로는 마음이 가까울 때가 있고, 또 멀어질 때도 있었다.


族은 사람들이 깃발 아래 모여 있는 모습을 본뜬 글자라고 한다. 같은 핏줄, 같은 무리를 뜻한다고. 나는 언니와 같은 핏줄이다.


하지만 핏줄이 같다고 해서 생각까지 같을 수는 없는 법이다. 언니는 감정을 솔직히 풀어내는 사람이었고, 나는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차이는 어릴 때는 자주 부딪히는 이유가 됐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생각의 차이는 더욱 벌어졌다. 언니는 언니대로 자기 방식으로 살고, 나도 내 방식으로 살아간다. 서로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지만 여전히 자주 부딪힌다. 가족의 문제에 대한 의사 결정이 주로 언니에게 있어 따라야 하는 입장에선 이해하기 힘들어 불만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보면 속이 뒤집혀 모르고 살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홧김처럼 못할 일들이다. 그래서 거리를 생각하게 된다. 가족임에도 잘 지내는 것과, 거리를 두는 것 사이에는 서로를 얼마나 이해하고 존중하느냐가 있는 것 같다. 나는 이제 언니와 거리를 너무 좁히지도, 너무 멀리 두지도 않으려 한다. 적당히, 서로 편안한 만큼.


가족이라는 건 원래 서로 다른 사람들이 우연히 한 지붕 아래, 한 깃발 아래 모인 것 아닐까. 그래서 완벽하게 맞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가끔은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순간이 있다.


나는 요즘 그런 걸 배워가는 중이다. 밉다가도 얼굴 보면 애틋한 마음이 드는 것. 말로 다 풀지 못한 서운함도 있지만, 그래도 가족이라서 웃게 되는 것.


그게 가족이라는 말이 주는 힘인 것 같다.


나는 오늘도 가족이라는 말을 천천히 되뇌어 본다. 서로 다르지만 함께 살아온 사람들, 가끔 멀어지기도 하지만 끝내 이어져 있는 사람들.


그것이 내가 아는 가족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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