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일상의 겹이 연약한 나를 감쌀 때.

by 이손끝


나는 연약한 사람이다. 작은 일에도 마음이 흔들리고, 낯선 말 앞에서 쉽게 움츠러든다. 누가 등을 가볍게 쳐도 그 여운에 오래 머물고, 무심한 한마디에도 생각이 길어진다. 스스로를 지켜내는 일은 늘 버겁고, 감정을 접어두는 일은 익숙하지 않다. 그런 내가 살아내는 하루는, 어쩌면 기적에 가깝다.


뉴스를 켜면 마음이 아프다. 자극적인 자막 아래 줄지은 사고와 사건들, 무너진 건물들, 멈추지 않는 눈물들. 불행은 너무 쉽게 닿고, 너무 빠르게 번진다. 누군가의 오늘은 어제와 전혀 다르고, 내일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런 장면들을 보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왜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아무 일도 없이, 무사히 앉아 있을 수 있는 걸까.


내가 사는 하루는 특별한 것이 없다. 자고, 일어나고, 밥을 먹고, 무사히 잠드는 평범한 하루다. 하지만 그 평범함이 지켜지는 것이 때로는 눈물 나게 감사하다. 돌아오는 식탁이 있고, 말이 오가는 가족이 있고, 창문 틈으로 햇살이 스며드는 아침이 있다. 나에게 닿지 않은 불행을 생각할 때마다, 이 조용한 일상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지 절실히 느껴진다.


가끔은 상상한다. 만약 내가 뉴스 속 한복판에 있었더라면, 그런 시련 속에서 버텨낼 수 있었을까. 누군가를 잃은 사람처럼,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사람처럼. 나는 그저 무너졌을지도 모른다. 숨도 못 쉰 채, 손끝 하나 움직이지 못한 채, 며칠이고 가만히 주저앉아 있었을 것 같다.


나는 강한 사람이 아니다. 상처가 나를 단단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오히려 더 여리고, 더 느리게 회복되는 쪽에 가깝다. 그래서 생각한다. 혹시 신이 있다면, 아직 나를 시험하지 않은 건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걸 아시기 때문은 아닐까. 평온을 허락받은 것이 아니라, 연약함을 배려받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마음으로 하루를 돌아보면, 내가 누리고 있는 이 고요한 일상이 얼마나 단단한 보호막처럼 느껴지는지 모른다.


오늘도 나는 무사했다. 큰일도 없었고, 깊은 상처도 없었다. 특별할 것 없는 하루지만, 나는 이 하루를 마음 깊이 안는다.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삶의 희로애락을 아는 사람이라고들 하지만, 나는 아프지 않고도 감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직은 지켜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나는 오늘도 자기 전, 기도처럼 중얼거린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별일이 없어서 정말 감사합니다. 연약한 내가 또 하루를 살아냈다는 사실이, 작고 단단한 기적처럼 느껴진다. 누군가는 이 평온을 당연하게 여길지 모르지만, 나는 오늘도 간절히 말하고 싶다. 내일도 부디, 평온하게 흘러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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