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은 서브웨이 샌드위치 같다.

by 이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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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시장은 서브웨이 같다. 빵부터 고른다. 장르라는 이름의 빵. 어떤 날은 폭신한 로맨스, 어떤 날은 딱딱하게 굳은 복수극. 매번 고르는 건 비슷한데도 맛은 다르다. 그 안에 넣는 소스나 토핑이 매번 다르기 때문이다. 웹소설 독자는 조립하는 독자다. 클릭 몇 번으로 내 입맛을 조합한다. 클리셰라는 이름의 소스와 키워드를 뿌린다. 회귀, 능력자, 계약 결혼, 복수. 야채는 감정이고 대사는 고기다. 어떤 글은 문장이 얇아서 씹는 맛이 없고, 어떤 글은 너무 두터워 한입에 베어 물지 못한다. 전개가 빠르다는 건, 말하자면 빵이 얇다는 뜻이다. 재료가 많아도 겹이 얇고 말끔하면 먹기 편하다. 그래서 독자들은 ‘빠른 전개’를 말할 때 실은 ‘문장의 얇음’까지 포함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확실히 웹소설 독자들은 빨리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를 좋아한다.


나도 웹소설을 먹는다. 때로는 배고파서, 때로는 아무 생각 없이 무언가를 씹고 싶어서. 그중에서도 자주 찾는 건 달고 짜고 짜릿한 것들이다. 공모전 당선작, 톱랭킹, 조회 수많은 인기작들. 사람들이 많이 먹는 데는 그 이유가 있다. 그 작품들은 구조가 잘 짜여 있고 빠르고 통쾌하다. 마치 이미 수많은 사람을 거쳐온 토핑처럼, 그 위에 뿌려지는 감정도 익숙하고 안심이 된다. 뜻밖의 맛은 없다. 그래도 피곤한 하루 끝에 그런 샌드위치는 꽤 위로가 된다. 내가 고른 세계관의 소설은 딱 내가 읽고, 느끼고 싶었던 이야기를 제공하고 난 그만큼의 욕구를 채운다. 꽤 즐거웠다 싶다. 그렇다면 나도 그런 샌드위치를 만들 수 있을까, 작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 나는 아직 이렇다 할만한 특별한 재료는 없다. 내 글에는 눈에 띄는 사건도, 센 설정도 없다. 남들이 좋아하는 소스가 뭔지도 잘 모르겠다. 그런데도 글을 쓰고 싶다. 소박하지만 따뜻한, 그래서 입 안에서 오래 남는 맛을 내고 싶다. 끼니를 잇는 글이 아니라, 마음을 붙드는 글. 한 줄을 넘기기 전에 잠시 멈춰 곱씹게 만드는 문장. 그런 글을 쓰고 싶다. 내가 쓰고 싶은 웹소설은 그런 글이다.


패스트푸드 시장에서 고객의 입맛을 깊이, 오래 붙잡는다는 것은 맞지 않는 조합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내 손맛을 조금 더 추가해 볼 수는 있지 않을까. 그게 신메뉴, 이손끝의 세계가 되지 않을까.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만들 때, 소스를 몇 번 짜느냐는 중요하다. 한 번이면 담백하고, 두 번이면 촉촉하고, 세 번이면 느끼해진다. 문장도 그렇다. 묘사를 몇 번 반복하느냐에 따라 글의 밀도는 달라진다. 나는 요즘 그 밀도의 감각을 익히고 있다. 적당히 덜어내고, 필요한 순간에만 눌러쓴다. 누군가를 울릴 만큼은 아니더라도, ‘나도 그런 기분이었어’라고 말하게 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누군가에게는 샌드위치 하나가 살맛 나는 점심이듯, 어떤 독자에겐 소설 한 편이 숨 쉴 틈이 된다. 그러니까 나는 다시 빵을 고르고, 토핑을 고르고, 문장을 써 내려간다. 그렇게 오늘도 한 편의 샌드위치를 만든다. 서툴고 느리고 어설프지만, 내 마음만은 담아진. 당신의 입에 남는 맛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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