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어쩌다 이렇게까지 오래 도전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네이버 플랫폼의 도서 인플루언서라는 작고 아득한 목표를 향해 벌써 아홉 번째 탈락이다. 처음엔 의욕이었다. 세 번째쯤엔 애정이었다. 다섯 번째쯤엔 분노였고, 일곱 번째쯤엔 체념이었고, 이번엔 그냥, 허탈. 웃기지도 않는다. 감정의 결을 잃었다. 책을 읽고 리뷰를 쓰며 나의 무언가가 분명히 단단해지고 있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계속해서 고개를 저으며 돌아오는 결과에 나는 나도 모르게 의문을 품었다. 내가 정말 원한 건 도서 인플루언서라는 타이틀이었을까, 수익화였을까. 아니면 책을 읽는 삶 그 자체였을까. 그때 알았다. 나는 무언가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지만, 종착지를 애매하게 붙잡고 있었다. 그래서 흔들렸고, 상처를 받았다.
挑戰. 도전이라는 단어를 다시 본다. ‘挑’는 손으로 겨눈다. 마치 목표를 손가락으로 콕 집어 지목하듯이. ‘戰’은 싸움이다. 정확히 말하면, 창을 들고 홀로 나아가는 싸움이다. 戈, 창 과. 單, 홑 단. 싸울 전은 결국 ‘혼자 창을 든 사람’이다. 그렇게 보니 이 단어는 절박하다. 절실하다. 낭만적이기보단 외롭다. 도전은 이따금 들뜬 결심으로 시작되지만, 실은 아주 냉정한 자기 선언이다. 나는 지금도 그 냉정한 무대 위에 다시 오른 셈이다. 포스팅 빈도는 충분했지만, 소통은 늘 부족했다. 이웃을 맺고 댓글을 달고 공감 버튼을 누르는 일은 나에게 작은 사회생활처럼 느껴졌고, 때로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써야 할까 봐 조심스러웠다. 그 조심스러움은 자존심이었고, 동시에 벽이었다.
그럼에도 다시 쓰기로 했다. 리뷰의 결을 바꿔보기로 했다. 책을 다루되, 책으로부터 파생된 이야기를 쓰자고. 키워드를 뽑고, 의미를 끌어내고, 단지 요약과 감상이 아닌, 나만의 문장을 더해보기로. 내 블로그는 내가 만들기로.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 닿고 싶은 것이 아니라, 이미 읽은 내 마음을 더 멀리 보내기 위해 그렇게 하기로. 그렇게 조금씩 방향을 틀기로. 이젠 탈락의 기록조차 자랑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9번 떨어진 사람은, 10번째 합격했을 때 더 재밌는 이야기를 쓰게 될 테니까.(사실은 이쯤 되니 이젠 안 돼도 괜찮으니 진짜 나답게 운영해 보겠단 생각이 앞선다.)
세상은 말한다. 도전은 젊을수록 유리하다고. 체력 있고 시간 있고, 실패해도 회복력이 빠른 사람들이 유리하다고. 하지만 나는 이 말이 꼭 맞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때로는 오래 앓은 실패가, 누구보다 단단한 성장을 만든다. 기회는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지 않다. 하지만 도전만큼은, 나이도 재능도 상황도 잠시 내려두고, 그저 지금 손으로 겨누고 창을 드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어떤 영역처럼 느껴진다. 나는 오늘도 다시 싸움에 나선다. 키보드를 잡은 손끝이 창이 되고, 읽은 문장들이 방패가 된다. 댓글이 칼날이 될 수도 있고, 응원이 갑옷이 될 수도 있다. 싸움이란 게 다 그렇다. 외롭지만, 그래서 진심이 된다.
내게 아직 도전할 수 있는 일이 남아 있다는 것. 그건 힘들고 지치는 동시에, 설레고 기특한 일이다. 가지지 못했지만, 다 가진 느낌. 나아가지 못해도, 여전히 나아가려는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을 붙잡아 다시 창을 드는 사람. 그게 지금의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