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하고는 있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아니다.

3화

by 이손끝

세상에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어쩌면 극히 일부일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삼아 늘 성취감을 느끼고,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100% 활용하며 사는 사람은 현실 속에서 그리 많지 않다. 어떤 작가는 말했다. 자신의 일을 찾으려면 적어도 하기 싫은 일조차 3년 이상은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나는 이 말을 사랑에 비유한다. 첫눈에 반해버리는 사랑이 진짜 사랑일 확률은 낮다. 금방 빠져들어 눈이 멀어버리면, 그 사람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관계는 시간을 두고 부대끼며,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경험하면서 서서히 자리를 잡는다. 진로 역시 마찬가지다. 책상 앞에 앉아 정보만 뒤적이고 성향검사로 나와 잘 맞는지를 따져보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다. 직접 부딪혀보고, 해보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노하우가 쌓일 때에야 비로소 그 일이 나와 맞는지, 아니면 끝내 맞지 않는지 분명해진다.


나 역시 그렇게 알게 된 사람이었다. 나는 지금 디자인과 서비스를 다루는 일을 하고 있다.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서비스직의 특성상 늘 대면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낯선 사람을 마주하는 일을 버거워한다. 고객의 요구와 불만을 직접 들어야 할 때마다 온몸이 긴장한다. 말 한마디가 내 감정의 수위를 크게 흔들고, 작은 불평 하나에도 긴 시간 동안 마음이 무겁다. 그래서 어떻게든 고객과 대면하는 상황을 줄여보려 애썼다. 시스템을 도입하고, 온라인 상담으로 전환하며, 고객과 직접 부딪히는 시간을 최소화하려 했다. 그러나 결국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란 본질적으로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 사실은 나를 늘 괴롭혔다.


그렇다고 일을 완전히 내려놓을 수는 없다. 이 일이 나를 먹여 살리고, 현실적인 삶을 유지하게 하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을 바꿔보기로 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만이 진로는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조금씩 가까워지도록 바꾸어가는 과정, 그것 또한 진로일 수 있다. 처음부터 완벽히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은 우연히 주어진 일을 하며, 그 안에서 자신이 무엇을 견딜 수 있고 무엇에 기쁨을 느끼는지 알아간다. 나 역시 그러하다. 디자인은 내게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지만, 동시에 내가 가진 감각과 표현 욕구를 충족시키기도 했다. 고객과의 대면이 고통스러웠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통찰은 내가 글을 쓰고 이야기를 전하는 데 밑거름이 되었다.


내가 하는 일을 내가 하고 싶은 일로 만드는 것. 그것은 현실과 타협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또 다른 도전일지도 모른다. 글쓰기를 예로 들어보자. 나는 여전히 글을 통해 나를 표현하고, 기록하며, 언젠가 그 길이 내 진로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사업을 운영하는 대표이기도 하다. 이 두 세계는 충돌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겹쳐진다. 고객과의 경험에서 얻은 이야기를 글로 풀어낼 수 있고, 디자인을 통해 얻은 감각이 문장에도 영향을 준다. 그렇게 겹쳐지는 지점에서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한다.


어쩌면 진로란 그런 것일지 모른다. 무언가 하고는 있지만, 그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아니라고 느끼는 순간에도, 그 안에서 작은 의미를 찾아내고, 그 의미가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나는 여전히 고객과의 대면에서 불편을 느낀다. 하지만 동시에 고객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나 자신을 확인한다. 내가 원하는 길은 따로 있을지 몰라도, 지금 걷고 있는 길은 반드시 헛되지 않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하고 싶으냐’가 아니라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변화시킬 수 있느냐’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힘들고, 맞지 않고, 내가 원했던 길이 아닐지라도, 그 길에서 배운 것들이 결국 내가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줄 것이다. 나는 오늘도 여전히 길 위에 있다. 무언가 하고는 있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조금씩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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