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리아에서 이효리 춤을 췄다가 차인 날

10화

by 이손끝

대학교는 계속 떨어졌고, 공모전은 소식이 없었다. 큰돈을 내며 희극 연기를 배웠지만 코미디언 시험에서도 낙방했다. 그 무렵의 나는 거의 나를 미워했고, 내려놓기 시작했다. 내가 내가 아니었던 시절, 무언가 나사가 하나 빠진 것처럼 덜그럭거리며 걸어가던 시간이었다. 언제라도 부서질 수 있었고, 그럴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 시절의 남자친구는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기를 반복하면서도 내 손을 놓지 않았다. 버텨주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술과 담배를 손에 대기 시작한 나, 길거리에서 일부러 튀는 행동을 하는 나를 보며 그의 표정은 점점 사라져 갔다. 그는 나를 사랑했지만, 동시에 나를 감당해야 했다. 나는 그 사실을 충분히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생각하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누군가 나를 말리면, 그 말이 곧 나를 지우려는 시도처럼 느껴졌으니까.


그 결정적인 날은 아주 사소한 장면에서 시작됐다. 롯데리아. 주문을 하려고 줄을 서 있던 중이었다. 매장 스피커에서 이효리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어떤 곡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어쩌면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나는 그 노래에 맞춰 춤을 췄다. 과하지 않다고 스스로는 생각했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즉각 나에게 쏠렸다. 이렇게라도 나를 보는 눈들이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그 순간, 옆에 있던 남자친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러지 좀 말라고!” 그는 참아왔던 말을 토해내듯 소리쳤다. 그리고 몸을 돌려 매장 밖으로 나갔다. 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감자튀김 냄새와 시선들 사이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그날 이후 그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다. 무려 3년을 함께한 사랑이, 햄버거 가게 한복판에서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나중에야 알았다. 그날의 춤은 단순한 장난이나 해프닝이 아니었다는 걸. 그것은 내가 나를 붙잡기 위해 벌인 마지막 몸부림 같은 것이었다. 실패가 겹칠수록, 나는 더 크게 흔들렸다. 나를 봐달라고, 아직 살아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시선을 함께 견뎌야 했던 사람의 마음까지는 헤아리지 못했다. 그는 나를 사랑했지만, 동시에 나와 함께 서 있는 모든 순간이 점점 두려워졌을 것이다.


그날의 이별은 깊게 남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한동안 아무 음악에도 몸을 맡기지 못했다. 사람들이 많은 공간에 서면, 그날의 매장이 겹쳐 보였다. 내가 틀렸다는 생각과, 그래도 나였다는 생각이 번갈아 찾아왔다. 무엇이 옳았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건, 그때의 나는 너무 간절했고, 너무 외로웠다는 사실이다.


롯데리아에서 끝난 사랑은 그렇게 나를 다른 길로 밀어냈다. 그날의 나는 미숙했고, 아팠고, 사랑을 잃었다. 하지만 동시에,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출발선에도 섰다. 더 이상 튀지 않아도 괜찮은 자리, 그래도 나를 숨기지 않아도 되는 자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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