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나는 내 성격이 싫었다.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은 부담스러워하면서 동시에 누군가에게 보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오래 마음이 흔들리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내가 가진 생각과 감정을 세상에 꺼내놓고 싶어 했다.
그래서 늘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대체 어떤 사람일까. 조용히 살아야 하는 사람일까, 아니면 조금 더 나서야 행복한 사람일까. 이 두 마음은 오랫동안 내 안에서 팽팽하게 당겨진 줄처럼 서로를 잡아당겼다. 알 수 없는 모순이었다.
글을 쓰기 전까지 나는 그 모순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소심함을 버리든지, 아니면 괜히 주목받고 싶어 하는 마음을 숨기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글을 쓰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다. 내가 가진 이 두 가지 성질이 사실은 서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소심하기 때문에 나는 세상을 오래 바라본다. 사람들의 말투, 표정, 지나가는 장면 속의 작은 공기까지도 유심히 본다. 남들이 그냥 지나치는 장면에서 나는 이야기를 발견한다. 그리고 관종이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혼자만 알고 있지 못한다. 마음속에만 담아두기에는 아까워서 결국 꺼내 놓는다. 글로 써서 누군가에게 건네고 싶어진다. 누군가가 읽고 고개를 끄덕여 주기를 바라게 된다.
생각해 보면 이 브런치에 쓴 이야기들도 전부 그런 마음에서 시작됐다. 소심한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며 모은 생각들, 그리고 그 생각들을 결국 밖으로 꺼내 놓고 싶은 관종 같은 마음. 그 둘이 만나서 만들어진 글들이다. 예전에는 이 성격이 나를 괴롭힌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조금 다르게 보인다. 소심함이 나를 깊게 생각하게 만들고, 관종기가 그 생각을 세상으로 내보낸다. 하나만 있었다면 나는 아마 아무 글도 쓰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나를 고치려고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냥 이해하려고 한다. 소심한 내가 세상을 오래 바라보게 해 주었고, 관종인 내가 그 이야기들을 글로 남기게 해 주었으니까. 나는 앞으로도 아마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사람들의 시선과 말에 마음이 흔들릴 것이고, 또 여전히 무언가를 쓰고 싶어 할 것이다. 다만 이제는 그 모순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려고 한다.
미국의 시인이자 철학자인 랄프 왈도 에머슨은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누구인지 말하지 마라. 대신 당신이 쓴 글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하게 하라.” 이제는 그 말이 조금 이해된다.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길게 설명하지 않으려고 한다. 대신 계속 글을 쓸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결국 내가 남긴 문장들이 말해줄 테니까.
소심해서 오래 바라보고, 관종이라서 그 이야기를 세상에 꺼내놓는다. 생각해 보면 나쁘지 않은 조합이다. 그래서 이제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소심해서 좋고, 관종이라 재밌다. 그리고 아마 내 이야기는 앞으로도 이 두 마음 사이 어딘가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심한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는 관종 같은 마음으로 여기까지 썼습니다. 이 글을 읽는 동안 당신의 마음에도 작은 문장 하나쯤 남았다면, 그것으로 저는 충분히 기쁩니다. 앞으로도 저는 계속 조용히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