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모험이 아니라 안식처여야 하기에

도파민에 대하여

by 이손끝

도파민(dopamine)이란 중추 신경계에 존재하는 신경 전달 물질의 일종으로,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의 전구체이다. 뇌세포에서 분비되어 의욕과 행복, 즐거움, 기억 등 우리 삶의 다방면에 관여하며, 뉴런과 합성되어 활동 전위를 자극한 뒤 다시 방출되는 과정을 통해 우리에게 쾌락과 성취감을 느끼게 한다.


나는 좀 이상한 애들이 매력 있어서 끌려.


어느 날 딸아이가 툭 던진 한마디는 내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그 말은 단순히 취향의 고백이 아니라, 타인이라는 존재를 통해 뇌 속의 도파민을 강렬하게 자극받고 싶다는 위험한 신호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사람에게서 짜릿한 재미와 자극을 찾는 것, 그것은 마치 중독성이 강한 약물을 다루는 것만큼이나 위태로운 일이다.


사실 나도 그 나이 때 그랬었다. 평범하고 정돈된 사람보다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말과 행동을 하거나, 감정적으로 위태로운 이들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하지만 그 대가는 혹독했다. 예측 불가능함이 주는 신선함은 시간이 흐를수록 피로와 불안으로 변질되었고, 이별의 순간 그 '이상함'은 집요한 스토킹과 위협으로 돌변했다. 죽여버리겠다, 죽겠다는 문자와 전화가 빗발쳤다.


결국 전화번호를 바꾸고 나서야 협박에서 벗어났지만, 언제고 나를 찾아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한동안 나를 위축되게 했다. 그 소동 속에서 나는 뼈저리게 깨달았다. 누군가의 돌출된 행동을 '매력'이라 착각해 곁에 두는 것이 얼마나 파괴적인 선택인지를 말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에게 분명하게 말해주었다. 사람에게서 도파민을 찾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자극적인 사람은 좋을 때는 더없이 재밌을지 몰라도, 상황이 나빠지면 위험한 생각을 할 확률이 매우 높다고. 타인을 내 뇌를 즐겁게 할 '자극제'로 보는 순간, 그 관계는 이미 뒤틀리기 시작한다. 사람은 내 마음을 흔들어놓는 도구가 아니라, 함께 평온을 나누는 존재여야 한다.


진짜 즐거움과 활력은 네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활동에서 찾아야 한다. 악기를 연주하며 느끼는 성취감이나 땀 흘려 춤을 출 때 터져 나오는 도파민은 건강하다. 그렇게 스스로 즐거움을 만들 줄 알아야 삶의 주인이 된다. 반대로 곁에 두는 사람은 마치 늘 그 자리에 있는 나무처럼, 한결같고 안정감을 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야 내가 지칠 때 언제든 뿌리내리고 쉴 수 있기 때문이다.


내 말이 아이에게 얼마나 깊이 전달되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아이가 건강한 생각을 하며 아름다운 인간관계를 만들어가는 날까지 이 이야기를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사랑과 관계는 뇌를 자극하는 짜릿한 게임이 아니라, 서로의 평화를 지켜주는 든든한 안식처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딸아이가 꼭 가슴에 새기길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포기하지 않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