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 때, 아무 이유 없이 반에 서 따돌림을 당했던 친구가 있었다. 희수라고 부르겠다. 아이들은 그게 잘못된 걸 알면서도 분위기에 휩쓸려서 그랬는지 나서지 않았다. 나 또한 그랬다. 남의 인생에 신경 쓸 마음의 여유 같은 건 없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학교 가는 길에 앞에서 걸어가는 희수를 봤다. 그날 무슨 용기가 났던 건지 뛰어가서 말을 걸었다.
"너도 학교 걸어 다녀? 아, 맞다. 나 너랑 같은 반이야."
"알아, 너 동방신기 좋아하잖아."
"어떻게 알았어? 너도 좋아해?"
"난 재중이 좋아해."
그렇게 한참을 떠들다가 학교 앞 골목에 다다랐을 때, 희수가 나를 빤히 보더니, "여기서부터는 나랑 떨어져서 걸어. 너도 오해 받으니까."라고 했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그런 게 어딨어? 카시오페아는 하나잖아. 우리는 오빠들처럼 당당해져도 돼."라고 말하면서 희수의 손을 잡고 교문으로 걸어 갔다. 그 이후, 나와 친했던 무리에 희수를 데리고 왔고, 우리는 꽤나 친해졌다. 졸업 후 내가 유학을 가면서 많은 친구들과 연락이 끊겼고, 그 애도 그랬다. 그렇게 드문드문 생각이 나던 친구였다.
그리고 12년이 지난 어느 3월, 희수에게서 연락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