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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운 Feb 08. 2024

네 눈은 우주처럼 깊어

새벽에 몸을 뒤척이다 눈을 떴는데 솜이가 앞발을 가지런히 모은 채 엎드려서 나를 빤히 보고 있었다. 그 순간 주책맞게 눈물이 났다. 사랑이란 슬픔을 키운다는 것과 같다는 것을 동물을 기를 때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는 글귀를 본 적이 있다.

솜이는 태어난 지 두 달 만에 두 가정에서 버림받았다. 나무와 보리를 떠나보내고 다시는 강아지를 키우지 않겠다고 했던 엄마는 보호소로 가야 했던 솜이를 데려오자고 했다.

손바닥만 하던 솜이는 참 많이도 아팠다. 선천적으로 장기가 약해서인지 남들 다 발랄하게 뛰어다닐 나이에 췌장염을 앓았고 매일같이 피를 토했다. 두 다리가 부러져서 4개월이 넘도록 병원에 입원해있기도 했다. 우리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할까 봐 면회도 가지 못하고 병원에서 찍어주는 동영상만 봤다. 솜이와 열 발자국 떨어져 있는 병원 로비에서 한참을 앉아있다가 오기도 했다.

우리는 그렇게 사계절을 세 번이나 보내고 나서야 길가에 핀 벚꽃을 함께 봤다. 나는 솜이가 온 이후로 방문을 닫고 자지 않는다. 우리는 매일같이 사랑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절대로 떠나지 않는다고. 늘 네 앞에 있다고.

가끔 이 순간은 평생 못 잊겠다 싶은 순간이 있다. 하루는 솜이랑 나란히 누워서 가만히 쓰다듬다가 "우리 솜이 눈은 우주처럼 깊어."라고 했다. 처음 해준 말이었다. 솜이는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사랑한다는 말인 거 알아들었구나.” 울컥했다. 아직도 생생하다. 이게 사랑이구나. 이 시간을 내내 잊지 못하겠구나 싶었다.

언제나 모든 감각으로 나에게 집중하는 솜이는 아플 때마다 나에게서 서서히 멀어지는 연습을 한다. 우리는 다른 거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우리 사랑 아래에서 밤에는 푹 자고 낮에는 살랑살랑 부는 바람, 눈 부신 햇살 아래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거 그거면 됐다. 솜이의 눈, 코, 입 모든 감각들이 무뎌지는 순간까지 나는 매일같이 사랑을 확인시켜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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