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동생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이모부와 동생은 신부 입장 전부터 둘 다 얼굴에 눈물을 가득 머금고 있었다. 자상한 아빠와 잘 자란 딸이 나란히 손을 잡고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고 있었다. 부러웠다. 나는 아빠가 늙어서 나약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미 버렸지만, 한 번 더 매정하게 버리려고. 요양원에 갈 돈도 없어서 여기저기 전전하면서 비참하게 죽길 간절히 바라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은 나를 괴물로 만든 아빠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내 선명한 분노다. 아빠 때문에 망가진 내 마음을 끌어안고 동생의 반짝이는 드레스를 바라본다. 지우고 지워도 자꾸만 튀어나오는 어린 시절의 굳은살이 내 눈물샘을 온 힘을 다해 막고 있었다.
접근 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우리에게 직접 연락은 못하게 됐다. 그러자 형사에게 할머니가 죽어가니까 연락 한 번 달라고 했단다. 지긋지긋하고 역겨웠다. 나는 이미 돌아오던 기차 안에서 차라리 할머니가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빌었던 사람이다. 그러면 다시는 아빠를 보지 않아도 되니까. 게다가 그동안의 모든 만행을 다 털어놨는데도 우리 할머니는, "아빠가 해결해 주겠지."라고 했었다. 행복한 사람들 앞에서 싱싱한 훈제연어를 씹으면서 마음속으로 아빠를 불렀다.
'돈이 필요하면 카바레 가서 몸이라도 팔던지, 그게 싫으면 주제에 맞게 거지처럼 살 것이지. 또 자식 등골 빼먹으려고 암 걸린 엄마를 이용하는 인생을 사는 기분은 어때?'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 대신, 음주 운전하는 차에 치여서 친부가 죽었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장례식장에서도 영정사진을 향한 조문객들의 손가락질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펑펑 우는 이모부를 앞에 두고 친부가 죽은 모르는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그냥 죽었으면. 죽어도 우리 모르게 죽어버렸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