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쓸 만한 일이 바게뜨에 입천장 까인 게 전부다. 그렇게 단단해지길 원했음에도, 이 단조로운 일상에 오히려 싫증이 난다. 요즘은 어떤 일에도 조바심 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원래대로 덤덤해졌는데도 예전처럼 터무니없이 불안했던 때가 그리워진다. 그 불안과 불편함이 마치 자르지 않은 손톱처럼 남아 있다.
침착한 일상을 그토록 바랐는데, 막상 그 안에 들어오니 모든 글감이 사그라들었다. 혼란 속에서 반짝였던 순간들을 떠올린다. 오랫동안 빛이 들지 않은 방에 있으면 한기가 신선하게 느껴지듯이 지독히 벗어나고 싶었던 회오리 속에서 나는 제일 아름다웠다고 착각한다. 그 흔들리고 불편한 감정이 청춘의 상징처럼 느껴지고, 초연하지 않은 사람이 되어야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만 같다. 수심이 갈수록 깊어지는데도 물 밖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어쩌면 지금 필요한 건 질서 없는 모순을 다시 찾는 것이 아니라 현재 차분함 속에서 새로운 불꽃을 피우는 건지도 모른다. 평온함 속에서도 글을 쓰는 법을 배우는 것. 이 과정은 새로운 성장의 한 형태일지도 모른다. 조용한 일상에서도 창의력을 찾을 힘을 기르는 게 진정한 단단함이 아닐까. 혼란 속에서 빛났던 나 자신을 그리워하면서도, 이제는 그 불안 없이도 빛나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글쓰기란 그런 여정의 한 부분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