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깎는 이의 마음

by rallalawoman

연필을 깎는 일은 마음을 다듬는 일과 닮아있다.

힘을 과하게 주면서 깎게 되면 심이 반복해서 부러지는 불상사를 겪게 된다.

때로는 이미 심이 부러져 있는 일도 허다하다.

한 번도 써보지 못한 심이 댕강 부러져 떨어진다.

부러져 나간 심이 적지 않을 때에는 한 번도 써보지 못한 만큼 아까움이 크다

다시 붙여서 쓸 수도 없기에 미련이 남는다.


써보지 못하고 부러져 나간 심과 같이 내 시간은 얼마나 많이 떨어져 나갔을까

둘러싸인 나무를 깎아내자, 이미 부러져 있던 연필심이 버틸 힘조차 없이 툭 떨어진다.

나의 마음은 얼마나 많은 조각이 나있을까.

얼마나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는 것일까.

나무가 깎여져 나간 순간, 나는 온전히 버텨 낼 것인가

아니면 부러져 조각난 심들처럼 힘조차 써보지 못하고

나가떨어질 것인가.


속을 알 수 없으니, 깎이는 순간까지 알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