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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llalawoman Mar 08. 2022

연필 깎는 이의 마음

연필을 깎는 일은 마음을 다듬는 일과 닮아있다.

힘을 과하게 주면서 깎게 되면 심이 반복해서 부러지는 불상사를 겪게 된다.

때로는 이미 심이 부러져 있는 일도 허다하다.

한 번도 써보지 못한 심이 댕강 부러져 떨어진다.

부러져 나간 심이 적지 않을 때에는 한 번도 써보지 못한 만큼 아까움이 크다

다시 붙여서 쓸 수도 없기에 미련이 남는다.


써보지 못하고 부러져 나간 심과 같이  내 시간은 얼마나 많이 떨어져 나갔을까

둘러싸인 나무를 깎아내자, 이미 부러져 있던 연필심이 버틸 힘조차 없이 툭 떨어진다.

나의 마음은 얼마나 많은 조각이 나있을까.

얼마나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는 것일까.

나무가 깎여져 나간 순간, 나는 온전히 버텨 낼 것인가

아니면 부러져 조각난 심들처럼 힘조차 써보지 못하고

나가떨어질 것인가.


속을 알 수 없으니, 깎이는 순간까지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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