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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llalawoman Feb 18. 2022

잠이 오지 않는 밤입니다.

오늘따라 부모님이 그리워 잠이 오지 않는 밤입니다

세상 일에 흔들림이 없다는 불혹의 나이가 되어도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엄마 곁을 떠나지 못하는 어린아이의 마음과 다르지 않습니다.


전화를 자주 하지 못하는 내가 한스러워지는 시간입니다.

늘 보듬어 주시고, 재잘재잘 떠드는 이야기마저 소중해하시는 부모님께서는 못난 자식의 안부를 궁금해 하심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리움에  속절없이 쏟아지는 눈물 탓에 선뜻 수화기를 들지 못합니다.


부모님께서 곤히 잠드신 시간에 그리워 잠 못 들고, 부모님께서 나를 그리워하시는 시간에 저는 깊은 잠이 듭니다.

나의 그리움은 나의 부모님과 같은 시간에 닿는 것이 허락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나와 부모님이 다른 하늘 아래, 다른 시간 속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십여 년 전 나의 결혼식날 새벽, 집을 나서는 내게 "먼 길 여행 가는 거야. 즐거운 여행 가는 거라 생각하렴" 하시며

평소 출근길처럼 배웅해주시던 어머니의 얼굴과 목소리가 선명해지는 밤입니다.

오늘은 유난히 그날의 어머니의 마음이 헤아려져 가슴이 저리고 뜨거운 눈물이 차오르는 밤입니다.


난생처음 홀로 배낭여행을 떠나던 날, 내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눈을 떼지 못하고,

오랫동안 말없이 바라보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라 목구멍으로 솟아오르는 울음을 삼켜내는 밤입니다..


내게 허락된 시간 동안 부모님을 힘껏 안아드릴 수 있는 기회가 몇 번이 남아있을까 조마조마해집니다.

그리움이 가슴에 커다란 돌처럼 박혀 숨을 쉬는 것이 갑갑하고 목이 메어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마지막을 지킬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게 허락해달라 신께 간절히 기도하는 밤입니다.


오늘은 유난히 힘겨운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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