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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llalawoman Mar 09. 2022

살아남은 자들의 임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뉴스를 매일 들여다보고 있다.

21세기에 벌어지는 전쟁이라는 단어는 낯설고, 오래된 것의 단어인 줄 알았다.

하지만, 매일 보도되는 전쟁의 민낯은 참으로 참혹하고 폭력적이다.

아집과 왜곡된 의식을 가진 인간이 얼마나 추악하고 잔인할 수 있는 지를 실감하게 만든다.


전쟁이라는 것이 무언지도 알지 못하는 어린아이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생전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이에게 자신의 생명과도 같은 아이들을 부탁하며 언제 다시 만날 지 모르는 두려움을 밟고

그 생명줄을 건네는 부모의 모습 그리고, 그의 귀한 생명들의 공포와 불안함.

얼마나 많은 비극과 희생이 우크라이나 땅에 쌓이고 쌓여가고 있는가.

살을 찢는 고통과 1 1 숨을 쉬는 것마저 비밀스러운 공간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숨겨야 하는 삶의 비참함을 우리는 모두 알아야 한다.

그들은 자신에게 허락된 삶 속에서 생명의 위대함을 드러내며 꽃을 피우고 있었다.

갑자기 닥친 불행은 그들의 것이 되었고, 도망칠 수도 없는 지옥이 되어버렸다.


자연의 순리 앞에서의 인간은 한낱 먼지에 불과하니, 순종하고 굴복할 뿐이다.

하지만, 전쟁은 순종하고 굴복할 수 있는 순리가 아니다.

절대로 용납되지 않고, 절대로 용서되지 않는 범죄이다.


어리석은 인간은 결국 비극을 반복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전쟁을 일으킨 자는 수많은 증오와 분노와 저주를 받고 역사에 낙인찍힌 고통 속에서 살아 마땅하다.

그들이 파괴한 삶들과 고귀한 생명들은 오직 신만이 거둘 수 있는 운명이기 때문이다.


반려동물들을 엎고 피난길에 오르는 우크라이나 국민들.

조국에 남아 이 끔찍한 고통 속에서도 맨손으로 저항하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용기와 기개에 숙연해진다.

그들의 행동은 인간의 잔혹함 안에서도 희망과 결의를 꽃피운다.

그들의 희망은 다음 세대의 자유를 위한 생명의 씨앗이다.   

전쟁의 반대편에서 그들은 인간의 존엄과 그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들에 목숨 바쳐 저항하며 투쟁하는 인간이 얼마나 고귀한 존재인 지를 생명을 걸고 증명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역사 또한 그들과 같았으리라.

인간성이 훼손된 존재들에 맞서 맨발로 나서 맨손으로 싸워 결국 이겨낸 역사이다.

지금 내 자유는 많은 이의 희생 속에서 허락된 것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야 한다.

우리는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임무는 거짓된 가치와 훼손된 이념을 분별하고 인간 존엄성을 지키는데에 생애 모든 시간에 걸쳐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살아남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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