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내어 우는 사람이 되길

슬픔을 삼키는 너에게

by rallalawoman

네가 떨리는 울음을 삼켰다. 샤워기 물을 틀어놓고, 솟구치는 울음을 삼키는 소리가 욕실 문 밖으로 새어 나왔다. 너는 그곳에서 홀로 슬픔과 좌절을 견디고 있었다.

욕실문을 사이에 두고, 너는 그곳에서 울고 나는 문 앞에 서서 울음을 삼켰다.

지난 일 년간 열심히 연습한 피아노 시험을 치르는 날이었다.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연습한 시간과 노력을 나는 안다.

너의 시간과 너의 노력들이 더 빛나기를 바라는 욕심도 내지 않고, 그저 네가 노력한 만큼... 오롯이. 딱 그만큼만을 바랐다.

너 역시 딱 그만큼만을 바랐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 마음마저 욕심이었던 것일까?

시험이라는 단어 앞에서 떨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많을까?

그 단어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의 마음은 여리고 연약해 쉽게 다치고 흉터가 남는다. 상처는 아물겠지만 흉터는 남는다.

흉터를 마주하는 순간, 슬픔보다는 스스로를 토닥여줄 수 있는 네가 되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다.

네가 잘할 수 있기를 바라는 욕심보다는 네가 마음을 붙들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기도한다.

나는 네가 슬픔을 내뱉고, 소리를 내어 우는 사람이기를 바란다.

슬픔을 삼키고, 소리를 삼켜 소화되지 않은 좌절로 가슴이 딱딱해지지 않기를 바란다.

너의 눈물이 나의 눈물과 닮아있고, 너의 좌절이 나의 좌절과 닮아있기에 나는 그 문을 감히 열 수 없었다. 그 문을 열면 울고 있는 내 자신이 보일 것 같아서 열 수 없었다. 내가 되어있는 네가 보일까 봐 차마 그 문을 열 수 없었다.


소리 내어 울지 않는 나

소리 내어 울지 않는 너

그것이 나는 아프다.

울음을 삼키는 그 마음이 나는 아프다.

너는 소리 내어 우는 사람이길 바란다.

아프다고, 힘들다고, 슬프다고 소리 내어 우는 사람이기를 바란다.


슬픔과 좌절을 들키지 않으려던 내 어린 시절에 단 한 사람이라도 내가 울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랐던 날들이 많았다. 울음을 삼키고 있지만, 누군가 내 슬픔을 들어주기를 바랐다.

소리 내어 울어도 된다고 이야기해 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나는 슬픔을 삼키는 사람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우는 나를 숨기는 사람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소리 내어 울어도 된다. 내 아가

네가 울면 같이 울어줄게.

서로 마주 앉아 바보처럼 아이처럼 엉엉 소리 내어 같이 울자.

같이 울다 서로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우스꽝스러운 못생긴 얼굴 보며 함께 웃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