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된 일을 할 때면 음악이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모른다. 꽉 막힌 도로를 너댓 시간 운전하면서 음악이 없다고 생각해보자, 얼마나 답답하고 적막할까. 땡볕 아래에서 농사일을 할 때도 함께 부르는 노동요가 고됨을 덜어 주었을 것이다. 학교에 음악 시간이 없었다면 또 어떨까? 친구들 앞에서 노래부르는 건 싫었어도, 소심한 내가 피아노 반주를 하며 보조선생님 노릇을 하지도 못했을 거다.
그렇게 어릴 때는 피아노를 곧잘 치곤 했는데, 어른이 되면서 손을 놓았고 어쩌다 마주치는 악기는 낯설기만 했다. 그렇게 음악과 멀어지기 싫었다. 살면서 악기 하나쯤은 여유롭게 연주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멜로디와 반주를 모두 연주할 수 있는 데다 휴대하기 편해서 사람들과 같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고른 것이 우쿨렐레였다. 줄이 네 개에 크기도 작으니 내 작은 손으로도 연주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 같았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체감 중이다)
전부터 '우쿨렐레 피크닉'의 동명 앨범을 즐겨 들었는데, 우쿨렐레 연주를 들으면 한가로운 발랄함이 느껴진다. 한가로움은 본고장 하와이의 이미지일 텐데, 실은 포르투갈 사람들의 이민으로 하와이로 전해졌다고 한다. 현을 튕기면 투박하게 통통거리는 듯한 소리가 난다. 깊지 않지만 가볍지도 않은 적당한 발랄함이 퍼진다.
집안에서 만나는 신세계
방구석의 지배자
판매 업체인 A뮤직의 카피를 보고 센스와 유머에 감탄했다. 우쿨렐레를 고르려니 공부해야 할 게 많았다. 총 6개의 사이즈가 있고, 일반 기타 모양과 파인애플 모양이 있으며, 각각 이름과 음색이 다르단다. 어떤 기준으로 골라야 할지 난감했다.
뭘 모를 땐 그래도 중간이 실패할 확률이 낮지 않을까? 그래서 고른 것이 제일 작은 크기의 소프라노와 가장 큰 베이스 사이, 중간 음색을 가진 것이었다. 다음으로는 바디 색상과 목재까지 고르고 골라서 생일 선물로 받기로 했다. '콘서트'라는 이름도 예쁘고, 크기도 64cm로 적당한, 6만원 대의 저렴한 입문용 우쿨렐레다.
따뜻한 색감의 마호가니 우드 바디. 여기에 알록달록한 스트랩을 걸었다. 나의 악기가 생겼다니, 음악을 연주할 수 있다니 벅차게 좋았다. 코드도 잡을 줄 몰라 개방현 음계인 솔도미라만 튕기며 좋아라 했다. 연주를 할 줄 몰라도 그날부터 난 유쿨렐레, 유레논, 유짱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