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급 악기 교재는 대개 이런 문구로 유혹한다. 식상하지만 제법 잘 먹혀서일까? '훗, 나는 저런 홍보글에는 흔들리지 않아.'라고 적은 뒤 샀던 교재를 검색해 보니 너무나 유사한 부제가 나를 비웃는다. 두 볼이 달아오른 채 나름대로 목차도 비교해보고 선택했을 거라고 항변해본다.
허튼 홍보는 아니었다. 입문서답게 설명도 잘 되어 있고 영상 링크도 제공되어 더듬더듬 코드라는 것도 잡아보고 어우러진 화음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왼손 손톱은 짧게 다듬자'라거나 '주말 3시간보다 매일 30분 연습이 실력 향상의 비결'이라는 팁들도 유용했다. 튜너로 음을 조절하는 것까지 괜히 멋져 보여서 매일, 악기를 잡을 때마다 튜닝을 했다. 그럴 필요까진 없었는데.
적응하기 어려웠던 건 자세였다. 다들 우쿨렐레를 앙증맞게 옆구리에 끼고 잘도 치던데. 나는 지금도 스트랩을 목에 걸지 않으면 잡거나 치거나 둘 중 하나가 안된다. 레슨 이후로 잘못된 자세를 바로잡는 데 꽤 시간이 걸렸지만 그러면 좀 어떤가. 혼자 고군분투하던 그 시간들도 충분히 재미있었으니 된 거다.
@ https://blog.naver.com/letitbe69/220743155713
악기 특성상인지 초급이어서인지 교재에 동요의 비중이 높다. 생일 축하곡과 곰 세 마리와 멋쟁이 토마토 등등을 지나 Let it be를 연주하게 된 감동이란. 상상으로는 벌써 모닥불을 피워 놓고 45도 각도로 고개를 떨군 채 감미로운 진동으로 밤을 물들이고 있다.
달달한 상상과는 달리어설픈 반주에 갈수록 형편없어지는 노래 실력. 반주를 치며 동시에 노래 부르기도 잘 되지 않는다.일하는 나는 멀티 플레이어로서의 자질이 충분하다고 여겨왔는데, 음악 분야에서는 아닌가 보다. 분하지만 인정, 달달 외울 때까지 반주를 많이 쳐보는 수밖에.이렇게 초급자의 진도는 쭉쭉 나아가고 있었다. 하이코드와 커팅 주법이 나오기 전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