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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달리 Mar 17. 2022

내 삶의 자산, <언젠가 목록>

우쿨렐레 입문기 #1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자격증이나 언어처럼 실용적인 배움도 좋고, 쓸모없지만 몸과 마음에 유익한 배움은 더 좋아한다. 예를 들면 수영이나 재봉틀, 그림 그리기 같은 것들. 배운다고 다 잘하게 되는 것도 아니고 좌절하기가 더 쉽지만, 막연한 바람이 실현되기까지의 과정만으로 신이 나고 좌절하는 스스로를 발견하는 일도 나름 유쾌하다.


그리하여 배우고 싶은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몇 년 전에 작성한 목록이 있다. 우쿨렐레를 배우기 시작한 원천은 바로 이 위시리스트였다. 일명 <언젠가 목록>이다. 오랜만에 펼쳐본 목록에서 지금 나는 어디까지 와 있는지 점검해 본다.





1) 세계지도 그리기

이 소망을 적은 뒤부터 지리책과 역사책을 보거나 문학의 배경이 되는 장소를 지도를 찾아가며 보는 습관이 생겼다. 목표는 지도를 안 보고 그리는 거지만 몇 번 보니 쉽지 않다는 걸 금세 깨달았다. 포기한 건 아니다. 잠시 미뤄 상태다.


2) 공방 다니기

내다 버린 목재 가구들을 보고 군침만 꿀꺽 삼킬 뿐, 이건 아직 시작도 못했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시작해도 흉내만 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3) 재봉틀 다루기

가정용 재봉틀과 책으로 씨름하다가 교육을 알아보았다. 풀잎센터에서 파우치나 휴지케이스를 만드는 과정도 들어봤지만 실용적이지 않다. 인형 옷과 내가 입을 옷까지 만들고 싶었기에 보다 전문적인 커리큘럼이 필요했.


집에서 90분 거리에 있는 구립센터에 과정이 있어 금요일 저녁 3시간 수업다. 옷감은 직접 준비하고 내 사이즈를 재서 재단부터 재봉을 거쳐 다림질로 마무리하는 과정이었다. 에 오면 자정이 다 되었고 전쟁을 치른 듯 녹초가 되었지만 셔츠와 블라우스, 치마와 바지, 원피스, 코트까지 완성 지금도 가끔 근룩으로 입 있다.



2년간의 과정을 통해 배운 것이 많다. 직접 해보면 의식주 어느 하나 쉽게 되는 것이 없다. 옷을 만들 때 재료비는 매우 적게 들지만 수많은 도구와 시간, 노동력이 필요하다. 이제 처음부터 옷을 만들려는 시도 같은 건 하지 않는다. 대신 잘 만들어진 옷을 제값을 주고 기쁘게 살 수 있게 되었고, 간단한 수선은 직접 하는 정도로 이 배움에 만족하고 있다. 그 과정을 기록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4) 춤 배우기

가장 큰 욕망이지만 두려움과 망설임이 더 깊은 항목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도전이 힘들어질 것만 같은데, 누구라도 저에게 용기를 주소서...


5) 피아노 다시 치기

10살 무렵까지 피아노를 배우면서 나 스스로 피아노 영재인 줄 알았으나 지금까지 기억나는 것은 <워털루 전쟁> 한 곡만 더듬거리는 정도다. 악보도 건반도 안 보고 자유자재로 연주했던 그리운 나여. 과거의 영광을 찾고 싶었던 나는 지난해 4월, 드디어 실용음악학원을 방문하게 된다. 그리고 피아노와 독학하던 우쿨렐레 중에서 고민하다가 결정을 하게 되었으니, 1년간 배운 우쿨렐레 레슨 이야기를 글로 적어보려 한다.



6) 유화 그리기

왠지 더 멋있어 보이는 유화 그리기인데, 사야 할 장비가 많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물감, 스케치북, 붓, 이젤 등등 미니멀리즘과 충돌하게 되니 고민스럽다.


7) 제2외국어 도전하기

'어서 빨리 영어와 일본어를 어느 정도 해 놓고 불어, 그다음엔 스페인어를 공부해야지!'라는 헛된 욕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일본어 독학은 NHK에서 제공하는 <일본말 첫걸음> 무료 강좌가 유익했고, 현지에서 활용해 보기도 했다.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외국어 공부도 자연스레 손을 놓게 되었지만, 다시 준비할 시기가 되었다.


NHK 일본어 첫걸음 사이트

이렇게 나의 <언젠가 목록>은 절반쯤 실행되고 있었다. 어떤 것은 지워지고 또 보태지게 되겠지만, 언젠가 나는 다시 이 목록을 들춰보며 슬며시 웃고 있을 것 같다. 우선 이번 나의 목표는 우쿨렐레, 너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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