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갑자기 노래를 만든다고?

우쿨렐레 적응기 #3

by 유달리


요즘은 글 쓰는 재미와 우쿨렐레를 연주하는 재미에 풍덩 빠져 있다. 이 두 가지는 매일 빼놓지 않고 하는 루틴이 되었다. 늘 글감을 찾으려고 감각을 세우는 일이 습관이 되니 끄적이던 메모가 한 편의 글이 되고, 흥얼거리던 멜로디에 적당히 글을 붙이니 노래가 된다. 응? 노래가 된다고?


그랬다. 평소보다 더 오래 우쿨렐레 연습을 했더니 연습을 마치고 나서도 머릿속에 우쿨렐레 생각이 계속 따라붙었다. 엊그제 쓴 글 속에 담긴 노래 가사 "벌써 일 년"이 부유했고, 조금 전까지 손가락에 붙어 있던 멜로디가 변형되어 입술로 흥얼흥얼 옮겨갔다.



혼자서 일 년, 선생님하고 또 일 년
그래도 몰라 더 알고 싶어


응? 뭐야, 이거 왜 노래 같냐고 생각한 순간, 다음 줄 가사 한 구절이 튀어나왔다. ‘한 손으론 너를 누르고’ 그럼 다른 손으론 뭐다? 줄을 튕겨야 소리가 난다. 그래서 ‘너를 울리고’라고 대구 절을 만들었다. 내 경험을 노랫말로 쓰니 술술 써졌다. 노래, 하면 라임이니까 하나를 생각하면 다음 구절은 저절로 따라왔다.


한 손으론 너를 누르고 한 손으론 너를 울리고
서둘러 음을 놓치고 서툴러 박자 놓쳐도


여기까지 쓰고 나니 제목이 있어야겠다. 우쿨렐레 노래니까 제목에다 넣을까? 아니, 그건 너무 뻔하고 식상하다. 우쿨은 빼고 뒤만 활용해 보자. 렐레, 계이름같다. 그러고 보니 코드도 모르던 생초보 시절에 개방현만 치면서 솔도미라만 반복했던 기억이 난다. 솔도미라, 솔도미레, 솔도미렐레? 헛, 가사와 멜로디가 한 번에 해결된 것 같은 이 느낌적인 느낌!



서둘러 녹음 버튼을 누른다. 1절 가사와 후렴구 도입부까지 녹음을 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아, 요동치는 음정과 허약한 성대 같으니라고. 들어주기 쉽지 않지만 어쨌거나 멜로디는 붙들었다. 그다음은 이렇게 저렇게 가사를 붙이고 20분 만에 작사와 작곡까지 모두 마쳤다.




좋다, 입 속에서 계속 맴돈다. 나만 좋은가? 안 되겠다, 검증을 받아야지. 휴대폰을 들고 딸기 방을 노크했다. 딸기야 딸기야, 엄마가 노래를 만들었는데 들어볼래? 했더니 피식피식 웃으며 좋단다. 그래서 플레이 버튼을 누르려고 하니 잠깐만!이라고 말하며 딸기는 배꼽을 잡고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한다. 야야,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그렇게 웃기야?



딸기는 진지하게 들어보려고 노력하다가도 웃음이 자꾸 새어 나오는지, 내리 10분을 그렇게 깔깔대며 웃었다. 나도 같이 웃었다. 아, 긴장되는데 웃긴 이 상황. 그래, 네가 이만큼이나 웃었으니까 이 작사작곡은 제 몫을 다 한 거다. 겨우 겨우 진정을 하고 2분짜리 녹음 파일을 진지하게 들어주려고 노력한 딸기의 말. 뭐야, 좋은데? 왜 좋아?


좋단다, 딸기가 좋단다. 폴짝폴짝 뛸 만큼 나도 좋다. 본격적으로 알아본다. 검색창에 [작곡 프로그램]과 [저작권 등록 방법]이라고 입력한다. 정말 본격적으로 해 볼 생각인가, 나에게 묻는다. 그냥 알아만 보는 거야, 나에게 대답한다. 그래 놓고 한편으로는 걱정이 된다. 이 멜로디가 어디엔가 이미 있어서 표절이 되지 않을까? 그렇대도 뭐, 그럼 저작권은 포기하기로 하자. 이건 그냥 내 노래로 남으면 된다. 그냥, 내, 노래.



〈솔도미렐레 ♬


혼자서 일 년 선생님하고 또 일 년
그래도 몰라 더 알고 싶어
한 손으론 너를 누르고 한 손으론 너를 울리고
서둘러 음을 놓치고 서툴러 박자 놓쳐도

솔도미렐레 오 렐레 너는 우쿨렐레
나는 술래 널 잡을래 너를 꼭 붙들래
하루에 십오분은 너를 꼭 만날래
심술난 냥이가 방해한다 해도
우쿨렐레 너를 곁에 둘래 우쿨렐레 너를 좋아할래

재능은 없어 요령도 그리 없어

좌절도 했지 절망도 했지
배워봐도 늘지를 않고 연습해도 손만 아프고
서둘러 코드 꼬이고 서툴러 노래 엉켜도

솔도미렐레 오 렐레 너는 우쿨렐레
나는 술래 널 잡을래 너를 꼭 붙들래
한주에 한 시간은 너랑만 있을래
누구도 무엇도 우리를 찾지 않게
우쿨렐레 너를 곁에 둘래 우쿨렐레 너를 좋아할래



- 음원은 추후 공개됩니다.



Photo :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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