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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달리 Jul 10. 2022

고양이와 개의 결정적 차이

ep.13 아기 냥이들의 첫 외출


엄마의 통제에서 벗어나 조금씩 자기 영역을 탐구해가는 꼬맹이들. 이제 불린 사료도 먹고, 불리지 않은 엄마 사료도 맛보면서 성장해간다. TV와 리모컨을 차지하고, 내 책을 밟아가면서 진지하게 세상을 탐색하는 아기들이다. 공 하나를 던져 주면 메시와 호날두 저리가라는듯 우당탕탕 경기를 벌인다.



쿠키는 이제 모든 조바심을 내려놓고 인간인 나를 보모로 인정했다. 그래도 아기들이 젖을 찾으니 때때로 몸을 내어줘야 하는데, 아기들은 적어진 유를 더욱 세차게 빨아대고, 아기들 이빨이 자라서 쿠키는 많이 아파한다. 자는 듯 젖을 주다가 소리를 꾸엑 내지르며 몸을 발딱 일으켰다가도 다시 젖을 물린다.




생후 두 달이  아기들을 데리고 생애 첫 외출을 감행했다. 예방접종을 위한 병원 방문이었다. 세 마리를 한 이동장에 몰아넣고, 궁금증을 참을 수 없는 인간 셋이 모두 동행했다. 동물병원은 아침부터 늘 북적이고 대기 시간도 길다. 반려인구가 이렇게 많았나? 병원에서 아직까지 개와 고양이 외에 다른 동물들은 마주친 적이 없다. 고양이 개의 사분의 일 수준이 반가웠다, 어디가 아파서 온 건지 덜컥 걱정 다. 접종이나 검진이어야 할텐데.



개는 가끔 안겨오거나 때로는 끌려오기도 하지만, 대부분 제 발로 걸어오니까 생김부터 걸음걸이, 짖거나 깽깽대는 목소리까지 모두 관찰할 수 있다. 크기도 모양도 색깔도 제각각인 것이, 개는 세계에 400여 종이나 된다고 한다. 그에 비해 집고양이는 40여 종이 전부다. 고양이는 낯선 곳을 경계하는 특성상 이동장에 모셔오기 때문에 볼 수 없고, 우는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아서 궁금증을 꾹꾹 눌러야 한다.


와 고양이의 특성은 보호자들을 봐도 알 수 있다. 개와 사는 가족들은 산책과 담소에 익숙해서인지 병원에서도 거리낌없이 말을 거시는 분들이 많은데, 고양이 보호자들은 대체로 침하고 고양이들에게만 작은 관심을 갖는다. 분명 나처럼 다른 고양이들을 궁금해하는 마음이 있을 것이고, 보호자들에게 물어보고도 싶지만 용기를 내지 못하는 다.



개와 고양이가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면에서 결정적인 차이는 개는 사람을 움직이게 하고 특유의 발랄함으로 기분을 끌어올린다면, 고양이는 철학적인 생활 태도로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는 것이다. 윤홍준 수의사는 실질적으로 개가 심장발작 환자들의 생존율을 높였고, 고양이가 정신질환 발병을 낮췄다는 근거를 들어 개를 외과 의사, 고양이를 정신과 의사에 비유하기도 했다. 고양이는 외과에도 일부 지분을 갖는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고양이의 골골송이 골절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런 건 모르겠고, 꺼내 달라고 난리를 치는 아기 냥이 삼남매를 풀어 놓으니 겁도 없이 큰 개 쪽으로 직진을 한다. 세상 신기하겠지. 냄새 맡을 것 투성이고 새로운 생명체들도 많으니. 철부지 아기 고양이들을 마주한 개들과 보호자들도 눈이 커지기는 마찬가지였다. 우리만 안절부절. 보리는 아기답지 않게 낯선 장소인데도 기품있게 주변을 관찰한다. 워킹과 시선이 너무 멋지다. 쭉쭉뻗은 다리 하며, 올려다보는 각도며 아아 이쁜 우리 냥냥이들.



다양성이 넘치는 동물병원이 좋다. 세상에 갖가지 이유로 다르게 진화하고 명맥을 이어나가는 생명체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어서 좋다. 그 다름을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환영하는 분위기도 좋다. 우리 애가 이래요, 이렇게 사람을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아요, 라는 말들도 좋다. 양해를 구하는 말이지만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우리는 처음 만났지만 단번에 이해할 수 있으므로.


아기들은 조금 깽깽거렸을 뿐, 무사히 주사를 맞았고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이야기를 의사 선생님께 전해 들었다. 3차까지 두 번을 더 방문해야 한다. 아이들이 아픈 게 아니라면 다른 동물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동물병원 방문은 설레는 일이다. 소심하니까 말은 걸 수 없어도 여러 아이들에게 마음 속으로 인사를 한다. 안녕, 건강하게 또 보자.




인용한 글 : 펫 닥터스 / 월드펫 동물병원 윤홍준 원장



Photo : pixabay.com & @especia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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