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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달리 Jul 25. 2022

고양이수염을 수집합니다

ep.14  너의 모든 것이 소중해서


어느 날 고양이 밥그릇에서 부러진 치아를 발견하고 화들짝 놀랐다. 이가 흔들리는 꿈만 꿔도 무서운데, 그나마 사람은 임플란트라도 있지... 사료가 너무 딱딱했나? 송곳니는 고양이의 정체성 아닌가? 이제 어떻게 밥을 먹나, 이빨을 치료하려면 마취를 해야 될지도 모르는데... 온갖 걱정에 아득해졌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이는 부러진 게 아니라 빠진 거였다. 사람 이처럼 뿌리가 살아있는 작은 송곳니였다. 검색해 보니 고양이도 유치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는 과정을 거친단다. 그러고 난 뒤에도 걱정에 걱정이 따라붙었다. 어랏, 그러면 사료를 와그작 깨물어 먹다가 이가 그릇에 빠지면, 그래서 그걸 깨물면 다른 이빨도 상하지 않을까? 그게 식도를 지나다가 긁거나 위 속에서 소화가 안되어 남아 있다가 찌르면 어쩌지?



 그 뒤부터는 눈을 크게 뜨고 찾기 시작했다. 이렇게 작고 소중한 것이 청소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둘 수 없었다. 그렇게 찾은 네 마리 고양이들의 이빨은 모두 여섯 개다. 알수록 귀엽고 신비한 동물의 세계였다. 게다가 고양이 앞니는 1cm 사이즈에 6개의 이가 촘촘하게 들어차 있을 정도로 작디작다. 이빨마저 귀여운 고양이다.


또 어느 날은 청소를 하다가 기다란 수염을 발견했다. 고양이수염을 주우면 행운이 따른다는 속설이 있으므로 수염을 발견할 때마다 주워 담기 시작했다. 빠진 수염을 고양이의 입이나 코에 갖다 댔을 때 제 수염이면 먹으려 하고, 남의 수염이면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고는 실험을 해 보았다. 우리 집 고양이들은 가족 관계여서 그런지 모든 수염서로 그루밍하려고 난리를 피웠다. 그러다가 한 녀석이 그 빳빳한 수염을 꿀꺽 먹어버려서 놀란 적도 있다.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 하는 분들을 망설이게 하는 원인 중 하나, 털이 얼마나 빠지는가에 답을 하자면 털은 빗어도 빗어도 계속 빠진다. 손으로 쓱 쓰다듬어주면 우수수 털이 묻어난다. 청소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털은 문틈에 고여 있고, 가구 밑에 뭉쳐 있다. 집에서 입는 옷은 검 색상은 금물이며, 외출복은 최대한 털이 묻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옷장을 단단히 단속해도 어느 틈엔가 들어가 앉아 있는 어이없게 귀여운 고양이들.


빗으로 열심히 빗어 내린 털들도 잘 모아둔다. 털 뭉치를 두 가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털 장난감. 비싼 장난감보다 자기들 털로 만든 공을 더 좋아하는 고양이들이다. 이 공만 꺼내 주면 우다다 놀이가 시작된다. 렇게 노려보며 집중하다가 순간 발사되면서 공과 함께 피융 사라져 버린다. 수십 개의 털공을 만들었는데 어딘가로 물고 가고 굴러가버려서 계속 새로 만들어주고 있다.



두 번째는 펠트공예 미니어처 만들기다. 원래는 양모로 하는 공예이지만 양털 대신 없이 빠지는 고양이 털을 활용하면 양을 괴롭히지 않아도 되므로 일석이조가 된다. 이 털을 돌기가 있는 세 개의 바늘계속 찔러서 단단하게 뭉치는 원리다. 이 작업을 하느라고 무시무시한 바늘에 무던히도 찔렸다.  바늘만 꺼내면 고양이들은 제 장난감 만드는 걸로 알고 눈을 반짝이며 기다린다.


고양이 털을 모아서 만들면 색깔까지 꼭 같은 고양이 형을 만들 수 있다. 무턱대고 시도해 보았는데, 기초가 없어서 그런지 딱히 귀엽지도 깔끔하지도 않고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포기하고 말았다. 그렇지만 언젠가 제대로 배워서 네 마리 고양이의 미니어처를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 여기에 모아두었던 고양이수염을 그럴싸하게 달아줄 것이다.



이렇게 고양이의 모든 것이 기념이 되고 알뜰하게 이용되고 있다. 그러니 고양이들아, 고르르 공장을 가동하여 골골송을 부르며 털을 더 많이 생산해도 좋다. 더 많이 빠져도 열심히 뿜어대도 문제없다. 인간이 조금 더 부지런해지면 되니까, 너의 모든 것을 좋아하니까.




Photo by @especia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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