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세 딸과 두 아들이 있다. 네 마리 고양이들과 세 명의 인간들이 함께 살아 보니 동물과 인간의 함께 살기가 꽤 조화롭다고 느낀다. 우리는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관계다. 인간은 영역 동물인 고양이에게안정적인 공간과 먹이를 제공하며 사랑으로 돌보고, 고양이는 인간에게 정서적 위로와 삶의 태도에 대한 깨달음을 주고 더 큰 사랑을 돌려준다.
고양이는 인간에게 크게 바라는 게 없다. 밥그릇이 오랫동안 비워져 있을 때나 어딘가에 오래 갇혀 있을 때조차 그들은 울거나 불만을 표하지 않는다. 그저 요구하는 것은 긁어 달라는 것과 자신이 원하지 않을 때 만지지 말라는 것, 같이 순찰을 돌고 가끔 놀아달라는 것 정도다.
긁어달라는 요구는 늘 당당하다. 험악한 인상으로 나를 향해 똑바로 걸어오면서 지금, 당장, 긁으라고 명령한다. 또는 길게 누워 있다가 몸을 비틀고 부비면서 애교 섞인 몸짓을 보낸다. 그 요구에 즉각 응하지 않으면 “나를 만지는 것보다 더 급한 일이 세상에 있다고?”라는 표정을 하고 나를 빤히 쳐다본다.
그러나 그마저도 인간들이 분주해 보이거나 슬퍼 보일 때는 자신의 요구를 전달하지 않는다. 책을 볼 때는 방해하지 않지만 소파나 침대에서 휴대폰을 볼 때나, TV나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때 주로 인간이 놀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그럴 때면 내가 응답할 때까지 끊임없이 의사 표시를 한다.
한 번은 고양이에게 빈둥거리는 걸 들키지 않으려고 식탁 아래 주방에서 쪼그리고 앉아 휴대폰을 봤더니, 내가 놀고 있는지 중요한 볼일을 보고 있는지 판단이 서지 않았던 보리는 식탁 위로 올라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나를 주시하는 것이었다.그 표정이 너무 귀여워서 내가 지고 말았다.
고양이는 왜 컴퓨터 작업을 왜 업무로 쳐주지 않는가? 뭘 좀 해보려고 할 때마다 키보드 위에 드러눕고, 마우스를 잡은 손 위에 철퍼덕 자리를 잡는다. 재택근무를 할 때도 하도 거실로 불러대는 통에 평소에 몹시 부러워했던, 고양이가 있는 업무 환경의 기쁨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사실 일한다고 앉아서 딴짓을 더 많이 한다는 걸 고양이는 벌써 알아차렸나 보다.
우리 집 고양이들은 인간들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 물론 낮에도 많이 자는 편이지만. 호두는 밤늦은 시간까지 TV를 보고 있으면 왜 침실로 들어오지 않느냐고 야옹거리며 잔소리를 한다. 빨리 침대에 누워 베고 잘 다리를 내놓으라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가 잠든 직후까지 같이 있다가 잠이 든 뒤에는 자기만의 잠자리를 찾아간다.꼭 나를 재워주는 느낌이다.
쿠키는 잠자리로 소파 왼쪽 상석을 선호하는데, 잘 시간인데도 아빠가 눈치 없이 그 자리에 누워 있으면 불편한 심기를 은근히 드러내며 주위에 자리를 잡는다. 그러면 내가 얼른 달브에게 비켜주라고 신호를 보내고, 달브가 미안해하며 자리를 내주면 쿠키는 바로 용서해준다.
날이 밝기 시작하면 하나 둘 침대 위로 올라와 우리가 깰 때까지 아침 특식을 기다린다. 겨울에는 한 시간, 여름에는 세 시간 이상 기다리는 경우도 생기지만 고양이는 재촉하지 않는다. 우리의 다리를 베고 누워 함께 졸다가, 내가 깨어나면 반가움을 온몸으로 표현하며 같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내가 고양이에게 바라는 것은 두 가지다. 아프지 말고 무탈하게 지낼 것, 그리고 힘을 빼고 나에게 기댈 것.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느껴지는 그 부드러운 감각과 고양이와 눈을 맞추고 부비는 교감은 나의 욕구를 완벽하게 채워 주면서 새 아침을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고양이와 함께 하는 이런 매일의 삶이 더할 나위 없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