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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달리 Aug 16. 2022

고양이와 인간, 우리가 서로에게 바라는 것

ep.16 공존과 조화, 그 기쁨에 대해


나에게는 세 딸과 두 아들이 있다. 네 마리 고양이들과 세 명의 인간들이 함께 살 보니 동물과 인간의 함께 살기가 꽤 조화롭다고 느낀다. 우리는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관계다. 인간은 영역 동물인 고양이에게 안정적인 공간과 먹이를 제공하며 사랑으로 돌보고, 고양이는 인간에게 정서적 위로와 삶의 태도에 대한 깨달음을 주고 더 큰 사랑을 돌려준다.


고양이는 인간에게 크게 바라는 게 없다. 밥그릇이 오랫동안 비워져 있을 때나 어딘가에 오래 갇혀 있을 때조차 그들은 울거나 불만을 표하지 않는다. 그저 요구하는 것은 긁어 달라는 것과 자신이 원하지 않을 때 만지지 말라는 것, 같이 순찰을 돌고 가끔 놀아달라는 것 정도다.



긁어달라는 요구는 늘 당당하다. 험악한 인상으로 나를 향해 똑바로 걸어오면서 지금, 당장, 긁으라고 명령한다. 또는 길게 누워 있다가 몸을 비틀고 부비면서 애교 섞인 몸짓을 보낸다. 그 요구에 즉각 응하지 않으면 “나를 만지는 것보다 더 급한 일이 세상에 있다고?”라는 표정을 하고 나를 빤히 쳐다본다.


그러나 그마저도 인간들이 분주해 보거나 슬퍼 보일 때 자신의 요구를 전달하지 않는다. 책을 볼 때는 방해하지 않지만 소파나 침대에서 휴대폰을 볼 때나, TV나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때 주로 인간이 놀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그럴 때 내가 응답할 때까지 끊임없이 의사 표시를 한다.


한 번은 고양이에게 빈둥거리는 걸 들키지 않으려고 식탁 아래 주방에서 쪼그리고 앉아 휴대폰을 봤더니, 내가 놀고 있는지 중요한 볼일을 보고 있는지 판단이 서지 않았던 보리는 식탁 위로 올라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나를 주시하는 것이었다. 그 표정이 너무 귀여워서 내가 지고 말았다.



고양이는 왜 컴퓨터 작업을 왜 업무로 쳐주지 않는가? 뭘 좀 해보려고 할 때마다 키보드 위에 드러눕고, 마우스를 잡은 손 위에 철퍼덕 자리 잡는다. 재택근무를 할 때도 하도 거실로 불러대는 통에 평소에 몹시 부러워했던, 고양이가 있는 업무 환경의 기쁨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사실 일한다고 앉아서 딴짓을 더 많이 한다는 걸 고양이는 벌써 알아차렸나 보다.




우리 집 고양이들은 인간들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 물론 낮에도 많이 자는 편이지만. 호두는 밤늦은 시간까지 TV를 보고 있으면 왜 침실로 들어오지 않느냐고 야옹거리며 잔소리를 한다. 빨리 침대에 누워 베고 잘 다리를 내놓으라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가 잠든 직후까지 같이 있다가 잠이 든 뒤에는 자기만의 잠자리를 찾아간다. 꼭 나를 재워주는 느낌이다.



쿠키는 잠자리로 소파 왼쪽 상석을 선호하는데, 잘 시간인데도 아빠가 눈치 없이 그 자리에 누워 있으면 불편한 심기를 은근히 드러내며 주위에 자리를 잡는다. 그러면 내가 얼른 달브에게 비켜주라고 신호를 보내고, 달브가 미안해하며 자리를 내주면 쿠키는 바로 용서해준다.




날이 밝기 시작하 하나 둘 침대 위로 올라와 우리가 깰 때까지 아침 특식 기다린다. 겨울에는 한 시간, 여름에는 세 시간 이상 기다리는 경우도 생기지만 고양이는 재촉하지 않는다. 우리의 다리를 베고 누워 함께 졸다가, 내가 깨어나면 반가움을 온몸으로 표현며 같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내가 고양이에게 바라는 것은 두 가지다. 아프지 말고 무탈하게 지낼 것, 그리고 힘을 빼고 나에게 기댈 것.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느껴지는 그 부드러운 감각과 고양이와 눈을 맞추고 부비는 교감은 나의 욕구를 완벽하게 채워 주면서 새 아침을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 고양이와 함께 하는 이런 매일의 삶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Photo : @especia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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