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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달리 Jun 30. 2022

고양이도 육아는 힘들다

ep.12 삼둥이를 키우는 법


생후 20일차 호두, 보리, 율무 삼남매. 앞다리에는 힘이 들어가는데, 뒷다리는 아직 가누지를 못해서 후진만 한다. 바닥이 미끄러우니 카펫이이불을 깔아준다. 제 힘으로 서려는 아기들을 보니 딸기 어릴 때도 생각이 난다. 누워 있던 아기가 없어져서 깜짝 놀랐는데 어느새 빙글 돌아 처음으로 앉았던 날. 스스로 일어서려는 의지를 가진 생명체는 사람이든 동물이든, 새싹이든 모두 경이롭다.




움직임이 활발해지니 갈수록 셋이 함께 사진을 찍기가 어렵다. 퇴근하고 집에 가면 조금 더 자란 게 눈에 보일 만큼 급성장하는 야들이들, 잘 먹고 잘 자니 고맙고 어여쁘기만 하다. 꼬물거리는 모습도 예쁘지만 소리없이 잠든 생명체의 선한 얼굴을 보고 있으면 괜히 눈물이 난다. 자고 있으면 깨우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아에 지친 엄마를 생각하면 그런 짓은 하면 안된다.



아이들이 활발해질수록 쿠키는 지쳐간다. 세 쌍둥이 키우는 일이 어디 보통이겠는가. 서로 먹겠다고 난리치는 아이들 젖 먹여야지, 그 중에서 못먹는 아이 챙겨야지, 싸움나면 말려야지, 놀러 나가겠다고 이리저리 뿔뿔이 흩어지는 아기들 하나하나 잡아와야지, 틈틈이 휴식도 해야 하는데 그럴 틈이 별로 없다.


도와주고 싶지만 최대한 간섭하지 않고 곁에서 지켜본다. 쿠키가 나보다 훨씬 베테랑 엄마 같아서다. 도망치려는 아이들을 쏜살같이 덮친 다음 거칠게 목을 감싸안고 뒷목을 물어제낀다.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아기들이 가면 얼마나 간다고, 아기들 상처날까봐 조마조마하지만 쿠키의 육아 방식을 존중하기로 한다.



아기들은 세상 모든게 신기한가보다. 이불, 책, 볼펜, 실내화, 씹지도 못할 딱딱한 엄마 사료와 화장실 두부 모래까지 모든 걸 입에 넣고 본다. 몸집이 작아서 구석구석 못 들어가는 곳이 없다. 먼지 그득한 아일랜드 식탁 아래까지 점령을 했다. 쿠키도 들어가지 못하는 작은 틈이라 망연자실 구경만 한다. 이러니 아무리 엄한 엄마여도 꾸러기 세 아이들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나마 우리가 아기들을 보고 있으면 쿠키도 조금씩 안심을 하고 제 할일을 한다.


얘 좀 꺼내줄 사람?


쿠키는 온갖 장난감을 다 좋아하는 아이였는데, 엄마가 되고 나서는 직접 놀기보다 아이들이 노는 광경을 지켜보는 일이 많아졌다. 놀 여유도 기운도 없어서겠지. 고양이는 모계 사회여서 아빠는 존재감도 부성애도 없다고 한다. 그래서 육아는 오롯이 엄마 몫이다. 육아는 힘들고, 삶이란 이렇게 고단하다. 그래도 아기들이 쑥쑥 자라는 모습을 보면 온갖 고됨과 시름을 잊게 된다.




쿠키는 우리에게 오지 못한 딸기의 동생이 되어 주었는데, 이제는 우리의 딸이자 양육을 같이 하는 동반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 엄마와 내가 이제는 친구처럼 지내는 것처럼. 고양이는 수시로 아기와 어른, 집고양이와 야생 고양이 기분으로 바뀌니 얼마든지 딸이자 친구가 될 수 있다.  쿠키의 아기들은 우리에게 둘째, 셋째, 넷째 고양이가 되어 주었으며 우리는 쿠키를 도와 이 아이들에게 인간 엄마, 아빠, 언니로서의 충실한 몫을 다 할 것이다.





Photo by @especia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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