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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달리 Jun 09. 2022

둘째 고양이를 맞이하고 싶었는데

ep.10 핑크빛 여린 생명


갓 태어난 아기들은 엄마의 그루밍과 타월 마사지로 물기를 닦아내니 제법 고양이 태가 났다. 털이 보송보송해지고, 눈은 뜨지 못한 채 코부터 입 주변까지 짙은 핑크빛이었다. 하고 아기새처럼 울었다. 두 마리는 거의 구분이 되지 않았는데, 짙은 회색 바탕에 태비가 보이고 한 마리는 쿠키보다 옅은 베이지 색이었다. 피부가 투명할 정도로 작은 아기들, 꼬리는 꼭 쥐꼬리 같았고 발에는 실낱같은 연약한 발톱이 어설프게 달려 있었다.



조그만 것들이 먹고살겠다고 제 어미의 젖을 수시로 빨아댔다. 불어났던 여섯 개의 젖이 모두 쪽쪽 빨렸다. 널브러져 있다가도 젖 냄새를 향해 꼬물거리는 아이들이 저들끼리 뒤엉키고 넘어가고 난리통이었다. 쿠키는 힘들어서 가쁜 숨을 쉬면서도 아이들이 어떻게 될 세라 끌어안기 바빴다. 잠시 밥을 먹거나 화장실에 갈 때도 머뭇거렸고, 낑낑대는 소리가 들리도로 들어가기 수차례였다. 엄마 2일 차 고양이의 의젓한 모습을 보니, 출산 후 나흘을 정신을 놓고 있었고 깨어난 이후로한동안 울기만 했던 내가 하잘것없었다.



충분히 배를 채운 아기들이 잠든 모습 천사에 비할 수 있을까. 보송보송해진 털은 세상에 없던 부드러움이었다. 인사동 만가닥 꿀타래처럼 혀를 대면 녹아내릴듯하다. 핑크핑크한 입술은 얼마나 조그마한지, 저리도 귀엽게 헤벌리고 잠들어 사람을 이렇게 홀리는지. 모든 시름을 잊고 넋을 놓은 채 그저 바라본다. 손가락을 코 끝에 살짝 대본다. 도 여리다.  귀한 생명들을 어떻게든 지켜주어야지.




밤을 새우다시피 하고 맞은 아침, 죽도록 하기 싫은 출근을 해야 했다. 그 하루를 어떻게 견뎠는지 모르겠다. 퇴근 시간이 되자 집으로 날아가듯 서둘렀다. 지하철 안에서도 내 마음은 달리고 있었다. 하룻밤이 지나고 나니 이들은 조금씩 기운이 나는지 제 엄마 얼굴을 뭉개고 차고 난리를 피워댔다. 그 모습을 놓칠 수는 없고, 기들을 지키려는 모성애가 강한 쿠키 눈치를 봐 가며 사진도 영상도 숨 찍어야 했다.



가까이서 자세히 보고 싶어 상자 속에 몸을 우겨 넣거나 살짝 안아 들면 쿠키는 뭐라고 하지도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며 자리를 맴돌았다. 제 새끼를 건드리는 게 다른 동물이나 사람이었다면 발톱을 바락 세우고 덤빌 태세였다. 너니까 참는다... 딱 그런 느낌이었다. 틈이 날 때마다 몰래 만져보고, 쓰다듬어 보고, 새 없이 렌즈에 담았다. 털 색깔에 따라서 발바닥 쿠션이 핑크 젤리, 포도 젤리였다.



생후 5일이 되자 아기들이 하나둘씩 눈을 떴다! 단춧구멍 같던 눈이 조금씩 똘망해졌다. 쌍꺼풀도 있었고 푸른빛이 돌았다. 눈이 동그래지면서 미모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똑같이 생긴 두 녀석 중에 아이들에게 밀려 젖을 덜 먹게 되는 아이가 막내였다. 그렇게 호두, 보리, 율무는 꼬물이에서 고양이가 되어가기 시작했다. 삐약거리 목소리는 빼악빼악이 되었다.



아기들을 낳고 나니, 또 귀리가 떠나고 나니 두 마리를 지인들에게 보내고 세 마리와 함께 살려던 우리의 생각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 아기들 중 누구와도 헤어질 수 없었다. 째를 원했던 우리는 한꺼번에 넷째 고양이까지 맞이하게 되었다. 사람 셋, 고양이 넷이 함께 사는 집. 지인들은 우리 집을 딸기네가 아니라 쿠키네라고 불렀다.





Cover Photo : pixabay.com

Photo : @especia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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