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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달리 Jun 04. 2022

무사히 아기 엄마가 될 수 있을까?

ep.9 고양이의 임신과 출산 그리고...


고양이 짝짓기는 특이한 점이 있다. 수컷 고양이가 이빨로 암컷 고양이 등을 문 채 진행된다는 것이다. 책을 통해서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사진을 통해 그 장면을 본 우리는 신기함과 동시에 상처가 난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다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본능이란 거스를 수 없는 것인지, 아픔을 참아 내고 후손을 보려는 동물들이 대견했다.




짝짓기를 마치고 쿠키가 집으로 돌아왔지만, 임신이 한 번에 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다시 시기를 기다리고, 또 짐을 싸고, 쿠키 없는 며칠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내야 하는데... 마음을 졸이던 중 쿠키의 임신 소식을 알게 되었다. 뭉클하고, 장하고, 안도하면서도 걱정스러운 온갖 감정이 뒤엉켰다.



이제부터 각별히 조심해야 했다. 마침 생일을 맞아 쿠키가 좋아하는 캔과 함께 반려동물용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축하를 전했다. 쿠키는 준비된 음식을 먹으며 눈물을 흘렸다. 유독 감성이 풍부한 고양이일까? 아니면 우리의 마음을 알아준 것일까? 어느 쪽인지 몰랐지만 나도 함께 울었다. 나중에야 고양이는 간혹 맛있는 걸 먹을 때 눈물샘이 자극되어 눈물이 고이기도 한다는 걸 알았다. 어쨌거나 맛있게 먹었다니 기뻤다.



쿠키의 배는 점점 불러왔고, 미모도 한층 물이 올랐다. 병원에서 초음파 진료를 봤더니 뱃속에 자그마치 네 개의 심장이 뛰고 있었다. 이렇게 작어린 고양이가 그 많은 생명들을 만들어내고 품고 있다니, 감동이 폭풍처럼 밀려왔다. 더불어 우리는 분주해졌다. 준비할 것이 많았다. 큰일이 없는 한 집에서 출산을 해야 했으므로.




날짜가 다가오고 있었다. 아늑한 산실을 마련하고 아이들 이름도 미리 지어 놓았다. 네 마리 모두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고심 끝에 둘 지인들에게 입양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금세 우리 곁을 떠나 새 이름으로 불릴 아이들이 있어 쉬운 이름을 골랐다. 곡물로 쭉 지으려는데 아무래도 모자라 견과류를 추가해서 호두 그리고 보리, 율무, 귀리를 만날 준비를 마쳤다. 알이 큰 순서로 첫째부터 넷째까지 이름 붙일 참이었다.



출산을 앞두고 두 번째 검진에서 막내의 심장이 뛰지 않는다는 이야기에 심장, 내려앉았다. 그렇게 귀리는 먼저 고양이 별로 떠났다. 군가의 름이 되지 못한  단어가, 늘 섞어서 밥을 하는 그 곡물이 슬픔을 머금었다. 그러나 퍼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뱃속에 남은 귀리가 염증 유발할 수 있어 출산일만 기다렸다. 12월이었고, 회사 송년회가 있던 날이었다. 쿠키가 예사롭지 않다는 달브의 전화를 받고 집으로 내달렸다.




밤 10시경, 쿠키의 산통이 절정에 치달았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하더니 호두와 보리가 연달아 탄생했다. 어린이 주먹만 한 꼬물이들이었다! 쿠키 진통 중에도 양막을 열심히 핥아 제거하면 내가 포근한 수건에 아이들을 받아 들어 문지르고 닦아 주었다. 세상에... 여리디 여린 생명이었다. 쿠키는 기운을 차리라고 준비해둔 보양식을 제쳐두고 살기 위해 태반을 먹었다. 이 역시 신비로운 본능이었다.


잠시 숨을 돌린 뒤, 남은 아이 나와야 하는데 소식이 없어 몹시 초조했다. 아무래도 문제가 생긴듯했다. 밤 12시가 넘어가면서 병원에 갈 채비를 하려던 참이었다. 또 한 마리가 모습을 비추었는데 쿠키가 힘에 부쳐 끙끙대기에 내 손으로 아기를 꺼냈다. 막내 율무의 탄생이었다.



율무는 겨우 쿠키의 앞다리 만한 아기였다. 쿠키는 쉼 없이 율무를 핥고 난 뒤 가쁜 호흡을 뱉으며 쓰러지듯 잠에 빠졌다. 나도 몸과 정신이 모두 지쳐 피곤이 몰려왔지만 쿠키와 아기들이 염려되어 잠을 잘 수 없었다. 쓰다 보니 다큐가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에게 그날의 모든 장면 장면이 감동적인 다큐 드라마였다.





Cover photo :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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