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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달리 May 29. 2022

고양이 사위 간택하기

ep.8 좋은 배우자의 덕목이란?


크고 작은 사건 사고를 경험한 뒤 우리는 외출을 할 때 쿠키를 데리고 다니는 것이 조심스러워졌다. 긴 시간이 아니었고 쿠키외로워 보이지않았지만, 혼자 두는 것이 늘 마음에 걸렸다. 인간과 잘 산다고 한들 동일 개체끼리 나누는 교감만 할까. 마침 쿠키도 청년기에 들어서면서 발정기가 찾아왔다.



발정은 호르몬에 의한 성적 충동으로, 시기는 2~3주에 한 번 오고 삼일 이상 지속된다. 이 때 고양이는 매우 큰 스트레스와 통증을 느끼는 것 같다. 밤새도록 잠도 못 자고 꺄오꺄오 아파하고, 가족들도 덩달아 잠을 못잔다. 이웃집에 소리가 들려 피해를 줄까봐 신경도 몹시 쓰였다. 아픔을 달래주려고 쿠키가 울 때마다 벌떡 일어나 안아 달랬다. 그래도 잠시 뿐이고 발버둥치면 내려주고, 울면 다시 안기를 반복하면서 사나흘씩 함께 밤을 지샜다.


몇 번의 발정기를 거치고 나니 중성화를 할지 말지 결정을 해야 했다. 과연 통증을 없앤다는 명분으로 유전자를 세상에 남기려는 본능을 우리 마음대로 결정해도 될까? 마취를 하고 몸에 칼을 대야 하는데? 되돌릴 수도 없는데? 쿠키의 출산을 막고 다른 고양이를 들인다면 그건 잘하는 일일까? 여러 날을 고민한 끝에, 우리는 쿠키가 적어도 한 번은 성 경험도 해 보고 엄마가  기회 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렇다면 다음 과정은? 교배를 해야 했고, 대상이 있어야 했다. 쿠키 아이들의 아빠라고 생각하니 외모와 성격, 자라온 환경과 보호자의 성향까지 요모조모 따져보게 되었다. 교배가 하루에 되지 않기 때문에 쿠키를 그 집에 며칠 동안 맡겨야 해서 신경쓸 게 참 많았다.




가능한 대상은 많지 않았다. 주변에도 없고 고양이 커뮤니티에서 겨우 한 두 마리의 수컷 고양이를 찾을 수 있었다. 물론 시기도 맞아야 해서 우리 생각대로 고를 상황이 안되었다. 일단 바로 교배가 가능한 사위 후보의 묘상이 푸근했다. 동글동글한 회색 고양이였고 집도 우리 집에서 20분 거리여서 두말할 것 없이 낙찰이 되었다.


그 아이는 스코티시였고, 폴드인지 스트레이트인지 확실하지 않다. 스코티시 폴드는 연골이 약해서 귀가 접혀 있고, 폴드끼리 교배하면 퇴행성관절염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 쿠키는 브리티시 숏헤어라고 들었고 쫑긋한 귀여서 교배 윤리에 어긋나지 않는, 스콧의 보편적 교배 대상이다. 동향 출신(?)이기도 하니 여러 모로 괜찮았다. 보호자와 연락이 되었고, 우리는 며칠을 지낼 쿠키의 짐을 쌌다. 안심하라는 상대 보호자의 말에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쿠키를 데려다준 뒤, 예비 사돈댁(?)에서는 수시로 소식을 보내 왔다. 수컷 고양이가 식탐이 많은 아이인데, 쿠키에게 먹을 것을 모두 양보한다는 훈훈한 소식이었다. 둘이 함께 있는 사진도 보내왔다. 씩씩한 쿠키라고는 믿을 수 없게 순박하고 새침해진 표정이었다. 왠지 다행스러우면서도 너무 잘 지낸다니까 아주 조금은 섭섭한, 복잡다단한 심정이었다. 그렇게 둘은 좋은 시간을 보내는 듯했다.




Cover photo :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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