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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달리 May 21. 2022

반려동물을 맞이한다는 것

ep.6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


반려동물과의 삶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걱정에는 내가 그랬던 것처럼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헤어질 때의 상실감, 반려동물의 외로움, 비용 문제 그리고 건강과 위생 관리 문제 등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고민을 충분히 하는 건 바람직한 일이고, 좋은 점보다 힘든 점을 먼저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은 자세다. 그런데 지인들과 특히 부모님들은 이미 고양이와 살고 있는 나에게 이런 문제를 자꾸 언급하신다.



책임을 지는 일과 이별의 아픔은 모든 관계에 적용된다. 반려동물뿐 아니라 사람과도, 심지어 식물이나 물건과의 관계에서도 적용되는 공통의 문제다. 비용도 물론 적지 않다. 개인마다 상황이 다르므로 직접 판단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고, 또 모든 취미 생활이나 취향에 비용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하물며 아이를 키우는 것과 같은 일인데 기쁨만 있을 리 없고 비용이 없을 수 없다.


사람들이 외출하고 하루의 대부분을 혼자 보내야 하는 상황도 숙고해야 할 문제다. 가족이 올 때까지 현관 앞에서 기다린다는 개들의 하루는 얼마나 긴 시간일지. 우리도 쿠키 혼자 있는 시간이 걱정이 되었다. 긴 고민 끝에 언제가 다른 고양이가 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어떤 대상과 관계를 맺기 전에 단점을 알고 시작한다는 것은 관계의 지속성에 도움이 된다. 사람 관계에서는 가까이서 겪기 전까지는 단점을 알기 힘들지만, 고양이는 관리의 문제나 알레르기처럼 어려움이 있을 거라는 걸 미리 파악하고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좋은 점이다.


달브도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다. 고양이를 입양하기 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약을 먹으면서 함께 살아보겠다고 했다. 그 결심이 고맙고 대단했다. 쿠키가 온 뒤 역시나 콧물, 가려움, 재채기 증상이 나타났다. 피부과에 가서 종합 검사를 해 보니 달브는 고양이 털에 양성, 나는 음성이 나왔다. 다행히 약을 먹어야 하는 간격이 조금은 벌어지고 있다.


요상하고 아름다운 그루밍 자세

알고 보니 알레르기는 고양이가 혀로 털을 정리하는 행동인 그루밍 과정에서 묻은 침이 원인이었다. 그렇다면 직접 핥는 행동을 조심하면 될까도 싶었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그루밍은 고양이에게 친근감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틈만 나면 몸단장을 하느라 에너지를 쏟는 고양이가 인간에게까지 선사하는 정성스러운 그루밍을 마다할 수는 없다. 고양이가 그루밍을 끝낼 때까지 먼저 빼지 않는 것이 인간이 갖춰야 할 에티켓이다.




딸기의 사촌들은 딸기를 몹시 부러워한다. 세 살 터울 사촌 오빠는 고양이 옆에 있으면 눈이 빨개다. 동물 사랑이 대단한 어린 친구들에게 그런 게 대수일리가. 반려동물을 키우자고 엄마를 졸라대는 사촌 오빠에게 딸기는 잔인한 소리를 해댔다.


오빠는 고양이 알레르기 있으니까
 뱀이나 키워.


'이나'라는 조사를 사용한 것에 뱀을 사랑하는 분들께 양해의 말씀을 드린다. 어쨌거나 우리 가족이 쿠키로 인해 웃음이 더 많아진 것을 보고 얼마 후 사촌네도 강아지를 반려동물로 맞이하여 해피엔딩, 아니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딸기와 두 살 터울의 사촌 동생을 둔 여동생도 시달림을 겪었다.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아이들의 간절한 소망을 외면해야 하는 지인들에게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여동생은 다른 방식으로 아이를 달래 주었다. 바로 고양이 인형을 사준 것이었다. 그런데 그 인형이 쿠키와 너무 똑같아서 아이는 무척 흡족해했고, 두 고양이의 만남 인증샷으로 남겼다.



인생에 고양이를 더하면 그 합은 무한대가 된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

릴케의 말처럼 반려동물을 식구로 맞이한다는 것은 작고 소중한 존재를 늘 지켜볼 수 있는 기쁨이다. 고양이를 맞이하기 전에 내가 해줄 것, 해야 할 일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은 커다란 착각이었다. 오히려 내가 받는 것이 많아서 벅찰 정도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는 말을 이젠 알 것 같다. 그건 시각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말이다. 보고, 듣고, 만지고, 냄새 맡고, 핥아주고 싶은, 오감을 모두 동원해서 느끼고 싶은 대상이라는 말이었다.




Cover Photo :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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