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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달리 May 19. 2022

고양이와의 요란한 외출

ep.5 위험한데 궁금은 하고


고양이들은 대체로 익숙한 영역을 벗어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는데, 가족 모두 집을 비워야 할 상황에는 쿠키도 데리고 다닐 수밖에 없었다. 아기를 혼자 둘 수 없을뿐더러 오늘 밤 인간들이 자리를 비울 거라고 설명하기도 어렵지 않은가. 쿠키는 어떤 성향인지 알아볼 필요도 있었다. 그래서 먼저 가까운 곳부터 조심스럽게 외출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반려동물 목줄은 잃어버릴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자 동물들이 행인들을 위협하거나 방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필수품이다. 고양이는 필요할 때면 액체가 되기도 하니까 목줄을 벗어버릴 수 있다. 그래서 몸까지 감싸는 하네스를 착용시켜 보았는데 균형을 잡지 못하고 픽픽 쓰러졌다. 너무 당황되고 놀라 얼른 벗겨주었다. 털로 느끼던 균형 감각을 하네스가 방해해서 그런 것 같았다.


그래도 어쩌랴, 어찌어찌 적응을 시키고 쿠키와 산책 나섰다. 골목에 살짝 내려보았더니 웅크린 채 움직이질 않는다. 살살 달래서 가보자고 하면 엉뚱한 방향으로만 가려고 한다. 몇 발짝도 가지 못하고 쩔쩔맸다. 이쯤 되니 개들은  냄새 넘치는 호기심을 어참아내 인간이 인도하는 대로 움직이는 건지, 대단하고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강아지와의 산책은 평화로운 풍경일텐데


결국 쿠키를 품에 기로 했는데, 의외로 얌전히 안겨 준다. 허나 우리는 다시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천변을 산책하던 많고 많은 행인들과 강아지들의 관심이 쿠키에게 쏠려서였다. 아이고, 엄마야, 저기 저기, 헙 등등 감탄사와 함께 옆 사람을 퍽퍽 치는 소리도 간간이 들려온다. 우리에게는 고양이 호구조사용 질문이 쏟아졌다. 애정 어린 관심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쿠키가 놀랄까 걱정이 되어 아쉽지만 산책은 그날로 접기로 했다.




찬란한 유성우가 떨어질 거라고 예고된 어느 밤, 아이와 고양이에게도 소나기 별을 보여주고 싶었다. 돗자리와 사료, 물을 챙겨 들고 가까운 교외 터에 자리를 잡았다. 한 시간 남짓한 외출이었으니 큰 걱정은 없었다. 유유자적하게 앉아 기다리는 중에 우리가 미처 챙기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쿠키의 화장실이었다.


불안해하던 쿠키는 내 치마에 별처럼 노오란 응가를 흩뿌려 주었다. 그날 유성우를 보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자존심이 강한 고양이가 결코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을 연출하게 만든 것에 죄스런 마음만 기억날 뿐이다.



그 경험 이후로 화장실 무엇보다 중하게 챙는 습관이 생겼다. 그리고 얼마 후 엄마 집에 갔을 때였다. 갖고 다니기에 밥그릇이 너무 크지 않냐는 엄마의 말에 의아했다. 알고 보니 두부 모래를 담은 고양이 화장실을 밥그릇으로 보신 거였다. 설명을 채 다 하지 못하고 가족 모두 데굴데굴 구르며 눈물나게 웃은 기억이 난다. 아무리 두부로 만든 모래가 밥같아도 그렇지, 이렇게 큰 걸 이 작은 아기가 먹을 거라고 생각하시다니, 우리 엄 최고다. 밥그릇같이 생긴 화장실을 산 내 인 걸로.




쿠키의 마지막 외출 장소는 기의 가였다. 호기심 대마왕답게 우리 집보다 널찍한 거실을 구석구석 둘러본 뒤, 김치냉장고 위로 뛰어오르려던 쿠키는 꿀단지와 부딪치고 말았다. 동시에 묵직한 단지추락하며 쿠키의 앞다리를 찧었다. 작은 도시여서 야간 진료를 하는 동물병원도 없고, 어르신들 걱정하실까 봐 티도 못 내며 그 밤을 안절부절못하며 보냈다. 우리와 달리 쿠키는 음소리 한번 내지 않고 침착하게 뼈에 금이 간 발을 보호하며 고 있었다.



고양이는 아픔을 감추려는 성향이 있다고 한다. 야생 생태계에서 상처와 약점은 곧 죽음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픈 고양이를 돌볼 때는 더욱 세심한 관찰과 주의가 필요하다. 우리는 여러 경험을 통해 고양이에 대해 배웠고, 당황스러운 상황에 대처하는 법을 고양이에게 배우기도 했다. 쿠키가 성장하는 만큼 우리 가족도 더불어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Cover Photo :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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