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빵

마음이 허기질 땐 내 안에서 브레드씨를 찾아요.

by 별글이

한동안 밤이면 쏟아지는 공허로 밤을 지새는 날이 잦았습니다. 그 공허를 다 헤아려 볼 기세로 밤을 하얗게 태우곤 했지요. 엄마로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해야 할 집안 일들이 버거운 날엔 더 깊은 공허와 우울이 찾아왔고 흐린 정신은 종종 확신을 무너뜨렸습니다. 내가 지금 아이들을 잘 키우고 있다는 확신,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올 것이라는 확신, 원하는 일을 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들 말입니다. 무너진 댐처럼 쏟아지는 불안 속에서 벗어나려 미디어에 더욱 매진했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손에 핸드폰을 거머 쥔 채 TV을 켜 두고는 했지요. 어느 날 읽은 기사에서 저와 같은 어른들이 많다는 기사를 읽었을 땐 웃었습니다. 하지만 대게는 다음 날의 당연한 피로와 후회로 밝아 오는 아침마다 저에 대한 혐오도 함께 커져갔습니다.


미운 나에게 잔소리를 퍼붓는 건 더 이상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많은 책에서 그런 이야기를 해 주었지요. 머리로는 이해되는 말들이 마음에는 와 닿지 않았습니다. 이해 할 수 없다며 힘들어하는 마음을 머리는 늘 나무라고 있었습니다. 비빌 언덕 하나 없던 나의 마음은 자주 밖으로 방황했지만 부담이라는 짐만 덤으로 받아왔습니다. 더는 이렇게 살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습니다. 그래서 나의 머리와 마음이 가까워 지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나와 수다를 떨기로 마음 먹었지요. 화가 났을 때, 슬플 때, 기쁠 때 나의 머리와 마음은 대화를 하며 서로 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알게 되었습니다. 마음이 허기가 질 때 달콤한 초콜릿을 찾는 다는 것을 말이지요. 머리는 늘 살찌는 것을 경계하며 억눌렀지만 그러면 마음이 폐허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가끔은 함께 즐기기로 했답니다.

어제는 수업 하나를 듣고 나니 마음이 핼쑥해 졌습니다. 하지만 왜 그러냐며 마음을 엄하게 대하지 않았어요. 그럴 수도 있다며 말랑한 마시멜로가 동동 뜬 코코아 한 잔을 권했습니다. 함께 즐기며 마음을 달래 주었지요. 머리는 마음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 했지만 있는 그대로 받아주었고 마음은 마시멜로 한조각과 200ml 정도의 핫초코, 바흐의 바이올린 선율, 다르타냥과 삼총사의 기사도 이야기에 기력을 차렸습니다.

부끄럼 많은 브레드씨 집에 코알라가 찾아왔어요.

괜히 그런 날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별 것 아닌 일에 마음이 훅 지치는 그런 날 말이예요. 괜히 잠이 오지 않는 밤, 근원 없는 불안에 온 몸이 오들오들 떨리는 추운 밤, 입 안에 사하라 사막의 모래가 1톤즘 들어있는 듯한 날, 저는 브레드씨가 동물친구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마음이 좋아하는 것들을 함께해 줍니다. 왜 그런지 이해되지 않는 날에도 이유가 궁금한 날에도 묻지 않아요. 마음은 언제나 뿌리 깊은 고운 나무처럼 바람에 흔들리며 자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이 빵은 누구의 빵일까요?



If I can stop one heart from breaking,

내가 만약 누군가의 마음이 부서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
I shall not live in vain;

나 헛되이 사는 것 아니리.
If I can ease one life the aching,

or cool one pain,

내가 만약 한 생명의 고통을 덜고
Or help one fainting robin

기진맥진해서 떨어지는 울새 한 마리
Unto his nest again

다시 둥지에 올려놓을 수 있다면 ,
I shall not live in vain.

나 헛되이 사는 것 아니리 -Emily Elizabeth Dickinson If I can-


*** 책 <<그림책으로 쓰담쓰담>>의 작가님과 15명의 벗님들과 셀프 그림책 테라피 100일 챌린지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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