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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글이 Feb 11. 2023

독서의 기쁨

삼총사를 읽으며 중세를 살다

“삼총사” 하면 보통 어릴 때 만화영화로 보던 달타냥이 생각난다. 나의 기억 속 삼총사는 달타냥 포함이었는데 완역본 원작을 읽어보니 삼총사는 아토스, 프로토스, 아라미스 세 명이고 달타냥은 주인공이었다. (기억의 왜곡이란) 역시 관계가 끈끈하려면 짝수로 인원이 채워져야 한다.


삼총사는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도 자기 작품 중 가장 아끼는 작품이라도 한다. 그도 그런 게 정말 재미있다. 앉은자리에서 열챕터는 가볍게 넘어간다. 까뮈의 페스트를 읽을 때 초반 1/3을 넘기가 버거웠던 것에 비하면 삼총사는 매 챕터가 식은 죽 넘기 듯 후루룩 넘어간다.


그렇다고 내용이 페스트에 뒤지냐면 그건 절대 아니다. 괜히 고전이 아닌 삼총사는 1844년에 발표되었음에도 21세기인 현재까지 꿰뚫어 버리는 예리한 통찰들이 담겨있다. 그리고 그 속의 인물들은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인간미 넘치는 신들처럼 질투와 환멸 용기와 의리 신념을 가감 없이 내보이며 영웅과 바보는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소설 속 아토스의 대사를 반영한다.


특히 아토스, 프로토스, 아라미스 이 삼총사가 결점 하나 없는 완벽한 기사처럼 묘사되다가 노름, 도박, 허영, 사치, 허세, 사랑에 대한 불안으로 한없이 흔들리는 나약한 남자로 풀어질 때면 “이 세상에 완벽한 인간은 없는 것이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반면 다르타냥 (달타냥이란 이름은 잊어야 한다!)은 초반, 사춘기의 어리숙하고 혈기왕성한 소년으로 등장해 보는 이로 하여금 모성적 근심을 자극한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지혜와 기지 용기와 대담함을 발휘하며 멋진 남자로 성장해 간다.  만 17세 때 인간의 뇌발달은 최고점을 찍기 때문에 아주 어려운 미, 적분, 벡터, 기하학을 이때 배운다는 현대 뇌과학 이론을 뒤마는 아무래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다르타냥으로 자신의 충만한 지식을 뽐내고 있는 것 같다.)


2권을 한참 읽고 있는 나는 지금 중세 시대에 살고 있다. 눈앞에 중세 유럽의 높은 성벽과 햇살에 반짝이는 말을 타고 초원을 달리는 총사대원 삼총사, 근위대원 다르타냥을 보며 독서가 주는 간접 경험의 기회를 깊게 누리고 있다. 독서의 기쁨을 일찍 알았다면 좀 더 일찍 읽었더라면 하는 후회는 이제 접어 두고 지금이라도 즐겁게 독서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한 인간의 존재를 결정짓는 것은
그가 읽은 책과 그가 쓴 글이다
- 도스토예프스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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