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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해 별글이 May 18. 2023

바쁜 걸로 돈 벌고 싶다.

공산주의도 빅브라더도 싫지만 말입니다.

판이 확 뒤집혀서 바쁘게 뛰어다닌 시간을 시급 아니 초급으로 돈을 준다면 어떨까? 무슨 일을 하든 조건 없이, 생산적인 일만 하면 급여를 준다고 하는 세상. 아, 딱 하나 조건이 있긴 해야겠다. 남에게 해롭지 않고 나에게 해롭지 않으며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일은 제외. 그러면 일의 능력에 상관없이 자신이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며 살 수 있지 않을까? 바빠야 하니 일단 게으르게 살지는 않지 않을까? 맘충이라는 혐오 언어와 육아로 단절되는 경력 결핍이 야기하는 우울증 없이 육아로 바쁜 엄마들도 생산적인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세상아 뒤집혀 봐!

학생들도 자신과 남에게 해롭지 않은 자기 계발에 힘쓰며 즐거운 학창 시절을 보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공부 못 하는 애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억지로 잘하게 만들어야 하고 잘하는 애는 시지프스 신화처럼 더 잘하게 만들어야 하는 입시 교육 제도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되지 않을까? 한 번 태어나 사는데 세대를 막론하고 모든 청소년은 다 공부를 잘해야 하는 세상은 기회가 결핍된 사회가 아닌가. 내가 아는 분의 자녀 중에는 제과 제빵이 좋아 일찍이 그 분야의 전문성을 키우다 세 개 언어에 정통했다고 하지. 좋아하는 일은 필요한 공부를 부르고 열심히 살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데 우리 사회는 왜 그런 성공을 가뭄에 콩 나듯 허락하는지.

출처 ebs 스토리 인스타그램 피드

ebs의 다큐멘터리 교육격차에서 다룬 독일 교육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독일도 한 때 자녀 교육과 일류대에 대한 열망으로 어마어마한 선행학습을 시켰다고 한다. 그 결과는 처참했다. 교권은 무너졌고 학생들은 우월감에 도취되었다. 상대적으로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은 배제되어 증오를 키웠을 것이다.


제2차 세계 대전을 일으킨  전범국 독일은 같은 과오를 범하지 않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한 끝에 선행교육이 불러온 우월감을 손꼽았다고 한다. 우월감으로 무장한 독일인들은 취업전선에서 유대인들의 지혜와 근면 성실에 밀려 늘 불만이었다. 당시 정치적으로 기독교 정당에 밀리던 가톨릭 정당은 ‘독일인들이 못 사는 이유는 모두 유대인들 때문이다.‘라는 선민의식을 불러일으켰고 유세 성공에 이른다. 이에 질 세라 같은 내용으로 지지를 호소한 기독교 정당은 독일에 민족주의를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사회적 반성과 논의 끝에 독일은 선행학습을 법으로 금지하고 대학의 서열을 모두 없애 버렸다.


우리 사회를 돌아보자. 아주 가까운 과거에 좋은 예가 있다. 민사고 학교 폭력 사건 말이다. 가해자는 자기 아버지의 권력에서 비롯한 선민의식으로 피해자들을 짓밟았다. 아버지는 자신의 명예가 실추될 것에 급급해 절대 잘못을 인정하지 않게 했고 학교 선생님들의 갖은 노력에도 결국 아이는 선도되지 못했다고 한다. 적어도 세명의 인생을 망친 가해자와 그 아버지는 그럼에도 한동안 너무 잘 살고 있었다. 서울대 철학과에 입학했고 나라의 관직을 명 받았다. 다행히 세상이 피해자의 이야기를 수면 위로 떠올리며 사건은 바로 잡혔지만 피해자들의 고통은 평생 갈 것이다. 이 사건은 능력 위주의 사회가 불러온 아주 최악의 상황이고 안타깝게도 너무 빈번하게 일어난다.

지켜보고 있.. 안돼!

물물교환이나 가내수공업 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고 인간의 어두운 원형을 무시한 공산주의는 정말 싫다. 그러니 세계의 판이 엎어져 바쁜데로 돈을 벌면 좋겠다. 그럼 돈은 누가 주는 거지? 빅브라더가 필요한 건가..? 안되는데, 결론을 못 짓겠네. 아무튼 바쁜 걸로 돈 벌었으면 빌딩 샀을 나. 봉사하고 있는 동네 작은 도서관 큐레이션 작업 때문에 오늘밤도 하얗게 태워야 할 것 같아서 하소연 길게 해 봤다. 속 시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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