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들산들 Jun 04. 2020

단합 대회하면 단합이 되나요?


고등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 점심시간에 같은 반 친구끼리 싸움이 붙었고 담임선생님은 잔뜩 화가 나 있었다. 종례시간이 되자 책상과 의자를 모두 뒤로 밀고 모든 반 친구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앉았다 일어서기를 했다. 50개 정도를 하고 나서 담임 선생님이 물었다.


담임 선생님: 반장 우리 반 몇 명이지?

반장: 어… 50명입니다.

반 친구 A: (작은 목소리로) 야 새로 전학 온 사람 포함해서 51명 이잖아.

담임 선생님: 다시 50개 실시


우리는 또다시 50개를 했다.


담임 선생님: 반장 우리 반 몇 명이지?

반장: 51명입니다.

담임 선생님: 다시 100개 실시


분명 우리 반은 51명이었다. 영문을 모르는 우리는 다시 앉았다 일어서기를 했다. 100개를 하고 나니 우리 모두는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교실에는 거친 숨소리만 가득했다.


담임 선생님: 반장 우리 반 몇 명이지?

반장: ….

담임 선생님: 우리는 하나다.


그렇다. 정답은 51명이 아니라 바로 하나였던 것이다. 이미 2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고등학교 다닐 때 있었던 일 중에 가장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담임 선생님은 늘 단합을 강조했다. 모든 반 친구들끼리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고 여러 번 얘기했고, 1학기 때는 원하는 대로 자리에 앉도록 했지만 여러 사람과 친해져야 한다며 2학기부터는 자리와 짝을 지정해 주었다. 일부러 친한 사람과는 짝을 안 지어 주고, 안 친한 사람끼리만 짝을 지어 주었다.


하지만 나는 의아했다. 담임 선생님은 늘 혼자였기 때문이다. (그는 진정한 ‘하나’였던 셈이다.) 점심시간에 다른 체육 선생님들은 같이 커피를 마시며 교내를 산책하거나 탁구를 치기도 했지만 그는 늘 혼자였다. 누군가와 함께 있는 걸 본적이 거의 없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너무 성격이 괴팍하고 잘난 척이 심해 다른 선생님들의 미움을 받는다고 했다. 본인은 단체생활에 끼지 않으면서 왜 반 아이들에게만 단합을 강조했던 것일까?



단합을 강요하는 사회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는 너무나 많은 단합을 강요한다. 대학교에서도 과 MT에 참석 안 하는 사람에게는 불이익을 주겠다고 교수님이 으름장을 놓았고, 회사 신입 때는 동기들과의 매스게임 연습을 위해 주말에도 출근해야만 했다. 회식, 워크숍, 체육대회 등 단합이라는 명목으로 개인을 통제하고 희생을 강요한다.


왜 우리 사회는 단합을 강요하는 것일까? 어쩌면 단합을 강요하는 건 그러한 강제성 없이는 조직을 제대로 이끌어가기 힘들다는 반증 아닐까? 강제적 단합이 없이는 조직력이 모래성처럼 언제라도 쉽사리 무너질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일지도 모른다.



단합은  필요할까?


가장 큰 문제는 단합이 되어야만 조직이 유지되고 성과가 난다고 믿는 한국사회의 잘못된 인식에 있다. 단합과 성과는 별개이며, 제대로 된 업무 시스템이 있다면 충분히 개인의 역량이 발휘될 수 있다. 또한 진정한 단합은 강제성이 있다고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개개인들이 조직에 대해 자긍심과 소속감을 느끼고 회사의 비전에 동의한다면 자연스레 단합이 되기 마련이다.


단지 체육대회를 하면서 함께 줄다리기나 5인 6각 같은 게임을 하거나 밤새 회식은 한다고 해서 단합이 된다고 생각하는 리더가 있다면 이번 기회에 진정한 단합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작가의 이전글 어른이 된다는 건 마음이 가난해지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