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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형욱 Jun 30. 2024

울음도 모험이 될 수 있다

1.

 아름다운 것들은 저마다의 고백을 감추고 있고 우리는 안부를 묻지 않고도 지나가버린다. 아름다운 것들에게만 안부가 있다. 그래서 너의 안부는 가끔 고백이 된다. 머리에 뭉친 바람이 떨어진다. 머리카락이 흩어진다 고백처럼. 나는 떨어진 바람을 줍는다. 그리고 안부를 묻는다. 내가 닿았던 것들보다 닿지 못한 것들이 아프다.     

 닿지 못한 말들을 바람이 떨어진 땅에 잘 묻고 잘 밟아 두면 이제 뭉친 비가 떨어지고 뭉친 볕이 떨어지고 안부를 몇 차례 궁금해하면 피어날 것이다. 곧 고백이 될 아픔들이.      


2.

 오늘은 살아가는 것도 미루고 당신의 눈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가장 중요한 것들만 말하는 습관이 내게는 있고 가장 소소한 것들만 듣는 습관이 너에게 있기 때문이다. 나는 너의 눈을 보고도 살아갈 수 있을까. 이것보다 중요한 게 앞으로의 내게 있을까. 그래서 당신의 눈은 나를 허무하게 한다. 어찌하여 눈빛 하나에 모든 것을 내어주고 나는 허무로 남을 수도 있는 것일까.


 가장 중요한 것들만 살아내는 습관이 내게는 있고 내가 살아내는 것은 당신의 눈에 맺혀 있고 그런 일들이 당신에게 가장 소소한 것이 되기를. 당신에게 들리는 것은 이제 당신의 눈과 눈빛에 대해 재잘거리는 소소한 것들 뿐이겠지만 거기에 삶 전체가 담길 수도 있음을.


3. 

 정확한 열렬함을 타인에게 품는 모험. 타인의 말 한마디와 선택 한 번에 나 따위는 던져버리겠다는 무모함. 참고 삼켜도 소리에 젖어나오는 눈물. 자꾸 떨구어지는 머리. 고개의 힘으로 부족해 손으로 감싸보아도 땅으로 떨어지는 얼굴. 뒤이어 찾아오는 두통. 머리의 윤곽과 범위를 알려주는 통증. 그리고 이 모든 모험을 시작하게 한, 당신의 눈. 우리는 모두 땅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운명들인데.     


4.

 아름다운 것들은 저마다의 모험을 감추고 있다. 깨어질까 두려운, 그럼에도 멈출 수 없는, 정확한 열렬함으로 부수어지기를 기다리는, 애매한 열정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 저마다의 묵직한 안부들이, 참고 삼켜도 소리내어 읽어 줄 눈 하나를 찾으려, 우리는 오늘도 사는 일을 계속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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