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는 여자가 되고 싶어

by 에세이가주

일주일에 세 번 체육 문화센터에 간다. 두 번은 SNPE 바른 자세 운동, 한 번은 발레 필라테스 하러. 바른 자세 운동엔 나이 드신 분부터 젊은 분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나무로 된 도구를 이용해 몸 여기저기를 문지르고, 교정하는 운동이다. 첫날 선생님이 묻는다. 어디가 아프세요? 목 디스크와 오십견이 있다고 하니, 처음에는 좀 아플 거라 한다. 목, 어깨가 뻣뻣할 때마다 집에서 가끔 혼자 하긴 했지만. 꾸준히 하려면 여럿의 힘을 빌려야 한다.

어제는 무지 덥고 습한 날씨라서 그랬는지 운동하러 들어가니 한 사람밖에 없었다. 오십 대 후반의 아저씬데 수업 시작하기 전에 혼자 벌써 하고 있었다. 모든 운동의 새내기인 내가 보기에는 고수 같았다. 여러 가지 도구를 다 가지고 있었고, 동작도 유연했다. 우두둑 소리 나고 통증이 있는 부분은 악 소리가 나는 운동인데. 매트를 깔고 누워 선생님이 말하는 동작들을 하나씩 따라 했다. 이 운동이 운동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건 어떤 거에 도움이 되는 운동일까?’ 의문이 들 정도로. 그저 도구를 깔고 누워 천천히 오른쪽, 왼쪽으로 움직이거나, 교정 벨트를 골반에 걸치고 앉았다가 일어났다가를 반복하거나, 정강이에 손을 껴고 오뚝이처럼 누웠다 일어났다가를 반복하는. 내가 했던 운동 중에서 난이도 2쯤 되는 운동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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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아서 남편한테 같이 하자고 했거든요. 하루하더니 아파서 싫대요. 진짜 몸이 아파봐야 운동한다는 소리가 나오지.”

옆에 누워있던 여자분이 말하니, 그 옆에 계신 할머니가 말씀하신다.

“이거 몇 년을 하니까 좋아. 센터 공사할 때 두어 달 쉬었더니 죽겠더라고.”

오. 이것도 효과가 있는 운동이구나. 다른 건 안 그런데 운동할 때는 이것저것 따지게 된다. 이래서 운동이 되나, 너무 힘든 거 아니야, 오늘은 바쁜데, 하면서. 하다가 그만둔 운동도 많다. 기구 필라테스는 하루하고 뻗어버렸고, 수영은 센터에 불이 나서 강습이 취소되어 뜸해졌고(월 1~2회 자유 수영만 한다. 오늘 가야지) 요가도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중간에 그만뒀다. 발레 학원도 다녔다. 중년에 발레를 시작하는 게 쑥스러웠는데 아는 동생이 적극 추천했다. 발레를 다니면서 발레하기에 타고난 발등을 가졌다는 것도 알게 됐다. 발등이 위로 솟아야 한다나. 아무튼, 몇 개월 꽤 오래 다니다가 그만뒀다. 발레 슈즈도, 레깅스도, 다 샀었는데. 운동을 그만두는 이유는 다양하다. 시설이 안 좋아서, 선생님이 그만둬서, 귀찮아서, 비싸서 등


토요일은 발레 필라테스 수업에 간다. 한 시간 넘게 하는데 오 지루하지 않다. 처음엔 매트를 깔고 요가와 필라테스 스트레칭을 한다. 구부러지지 않는 허리와 등을 최대한 앞으로 펴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러고 나서 발레 동작을 배운다. 우아한 음악을 틀어놓고 하체에 힘을 바짝 주고 자세에 신경 쓴다. 발 동작과 손동작을 함께 하면 금방 꼬여버린다. 우아를 포기하면 따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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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수업에 신경가소성이라는 게 나왔다. 신경가소성은 뇌가 계속해서 바뀔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마치 길이 없었던 숲에 사람들이 걸어 다니면 길이 생기는 것처럼, 하나를 반복하면 잘할 수 있도록 뇌의 길이 생기는 거다. 뭔가를 시작해서 꾸준한 습관을 만들려면 포기하지 말고, 쉬지 않고 계속해야 한다. 이걸 잘 알면서 운동은 잘 안된다. 책 읽고 글 쓰는 것만큼 중요한 게 운동인데. 아침에 강아지를 산책시키면서 몇 보 걸었나 확인한다. 이제는 하루 운동하지 않으면 몸에서 신호가 온다. 한 가지 운동에 집중하지 않으니 당분간은 그날그날 하고 싶은 운동을 하려고 한다. 자유 수영도 하고, 달리기도 하고, 스트레칭도 하고.

문자가 왔다. 아직 마무리 못 한 공사 때문에 내일 발레 필라 수업이 취소되었다고.

역시, 운동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글을 쓰는 일도, 몸을 움직이는 일도 처음엔 마음이 따라주지 않는다. 그래도 ‘그냥 하는 거야’라고 나를 달래며 하루하루 쌓아간다. 정해진 시간에 매트를 펴고, 체육 센터에 가고, 운동화를 신고, 노트를 펼쳐 한 줄씩 적어나가는 일.

오늘도 나는 쓰고, 걷고, 움직이며 나라는 길을 만든다. 운동하는 여자, 쓰는 여자로.



#에세이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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