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마음이 나를 달리게 하지

초보 러너의 달리기 생활

by 에세이가주

즐거운 마음이 나를 달리게 하지


<길 위의 뇌> 책을 발견한 건 교보문고에서였다. 달리기에 막 관심이 생길 때였다. 운동은 해야겠는데 혼자는 자꾸 미루고 하다 말다를 반복했다. 존 2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유튜브에서 영상을 찾아봤다. 호흡하기 힘들지 않을 정도, 약간 숨이 차지만 옆 사람과 대화할 정도의 호흡으로 달리는 거였다. 심박수를 체크하는 게 제일 간단한 방법이어서 스마트 워치를 사나 마나 고민했다. 런데이 앱을 다시 켰다. 2차 운동에 머물러 있었다. 이렇게 하면 올해도 끝날 거 같아 책을 주문하고 러닝과 함께 하는 북클럽을 시작했다.



작가는 재활의학과 의사다. 뇌를 다친 사람들의 일상을 돌려주는 일을 한다. 진료는 ‘어떤 운동하셨어요?’ 환자의 현재 상황을 체크하는 것으로 시작해 ‘이렇게 운동해 보세요’라고 집에 가면 해야 할 운동을 알려주며 끝난다고 한다. 그녀 자신도 20년째 러너다. 아직 40대인 작가가 20년째 달렸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뭔가를 그렇게 꾸준히 하는 사람은 뭔가 달라도 다르겠지. 책을 주문하고 훑어봤다. 뉴욕 학회 갈 때마다 센트럴파크에서 달린다고 하는 이야기를 읽는데 부러워지더라. 유퀴즈에 나와 이야기하는 모습을 유튜브로 봤다. 달려야 뇌가 건강해진다는 말에 공감했다.


일요일 오전 8시, 반바지에 러닝 티셔츠를 입고 허리엔 핸드폰 하나만 넣은 러닝 벨트를 차고 집을 나섰다. 그날의 코스는 호만천 길이었다. 걷다 보면 러닝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이었다. 일요일 아침 혼자 뛰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중년의 아저씨, 나이 지긋하신 60대 어르신, 내 또래로 보이는 여자분. 덥고 습한 날씨에도 계속 뛰고 있는 사람들 옆에서 나도 뛰었다. 런데이 앱에서 활기찬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 오늘의 달리기를 시작해 볼까요?



처음 5분은 걷는다. 몸을 풀어주는 구간이다. 그 후 2분간 달리기를 하고 또 걷는 걸 반복한다. 30분간 다섯 번을 달리면 숨이 헉헉 찬다. 초보 러너라 더 오래 하는 건 무리다.

톡 방에 운동 인증이 올라온다. 트레드밀에서 뛴 시간을 올리기도 하고, 달린 코스를 남기기도 한다. 달리기뿐만이 아니다. 각자가 하고 있는 수영, 필라테스, 골프 운동을 하고 인증을 한다. 올린 사진을 보며 ‘잘했다.’ ‘대단하다’ 칭찬이 이어진다. 보기만 해도 ‘나도 운동해야지’라는 마음이 생긴다.


어젯밤 못 잔 잠을 오전에 또 몰아 잤다. 이번에도 무슨 꿈을 꾼 것 같은데 일어나니 정신이 몽롱하다. 더러워진 옷을 벗고 다른 옷을 입는 꿈이었던 거 같다. 차 트렁크에 옷을 넣으려는데 내 차에 다른 사람들이 앉아있는 뭐 그런 꿈. 아침도 안 먹고 내리 잤더니 기운도 없다. 냉장고를 열었더니 먹을 것도 없다. 뭐 이래. 오늘 오전 시간해야 할 일이 있었는데. 기운 빠지는 소리가 들린다. 창문을 다 열어놓았더니 바람이 선선하다. 달리기 좋은 날씨다.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갔다. 런데이 앱을 켜고 달리려는 순간 빗방울이 떨어진다. 달리고 아이스커피 마시려고 했는데. 그냥 들어가는 게 아쉬워서 소심하게 동 앞을 한 바퀴 달렸다. 계단으로 9층까지 걸어 올라오니 숨이 차다. 10분, 오늘의 운동 시간이다.

책에서 말한다. 달리기를 하는 이유는 뇌 건강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나 오늘 이거 하나는 했어.’ ‘오늘 나 좀 괜찮은데’ 하는 긍정적인 마음이 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달리기의 속도와 시간보다 오늘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갔다는 성취감, 즐거운 마음. 이게 더 크다.



5km, 10km 마라톤 대회를 검색해 봤다. 춘천 마라톤 대회는 벌써 마감이 되고 가평 마라톤 대회, 한강 마라톤 대회 등 대회가 많더라. 아직 3km도 헉헉 뛰는 수준이지만, 10분 달리는 걸 멈추지 말아야지. 내년 봄쯤엔 10km 마라톤에 도전할 수도 있겠지.

운동도, 글쓰기도 즐거워야 오래 할 수 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닌 오직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건 오래 지속될 수밖에 없다. 북클럽 멤버들과 운동도 글쓰기도 오래 함께 하고 싶다. 8주간의 런데이를 완주하면 찜해 둔 스마트 워치를 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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