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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세이가주 Dec 17. 2020

괜찮은 50을 준비합니다.

빛나는 50대를 위해, 오늘도 내 일상을 가꾸기.

나에겐 50이라는 나이가 올 거라 생각 못했다. 언제나 젊음은 나와 함께 할 거라고, 나이 든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한 채 두 아이를 키우며 정신없이 살아왔다. 흰머리가 하나, 둘 생기고 한 달에 한번 새치염색을 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젊음은 이제 나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반들반들 윤기 났던 숱 많은 머리카락도 푸석해지고 체력이 떨어지는 나이 40대 후반이 되고 나서야 나의 젊음은 이제 사그라졌다는 걸 이젠 확실히 안다.


 30대 중반에 결혼해 첫 아이를 낳고 육아에 매달렸다. 5살 터울의 딸과 아들을 키우면서 체력은 늘 바닥이었고 마음은 피폐해져 갔다. 아이를 키우는 기쁨은 컸지만 하루 종일 끝이 없는 집안일과 어린아이 둘을 키우는 일상은 나의 젊음을 돌볼 겨를 없이 흘러만 갔다. 아이를 잘 키우리라는 욕심에 잘 먹이고, 잘 가르치리라는 계획이 나의 머릿속에 늘 자리 잡고 있었다. 나를 돌 볼 시간은 주어지지 않고 그저 하루하루를 잘 살아내는 것, 그뿐이었다.


45살이 되던 해, 덜컥 겁이 났다. 내 나이가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휘리릭 지나가던 일상에 제동을 걸고 싶었다. '아. 나는 뭐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온갖 두려움과 우울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10대에 접어든 딸과 아직 어리기만 한 아들을 잘 키우는 것도 겁이 났다. 내 체력에, 내 능력에 , 내 나이에 제대로 할 줄 아는 건 없구나 하는 절망감이 때때로 찾아왔다. 정리되지 않은 집안을 보면 어수선한 내 마음 같아 슬픈 마음이 들었다. 주변에 살림을 야무지게 하는 육아맘들도 나의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난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과 싸운 날은 세상 죽을 것 같이 마음이 힘들면서 결혼생활을 포기하고 혼자 훌쩍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내 결혼생활은 늘 마이너스처럼 나의 마음을 깍아내렸다. 밤에 훌쩍거리며 잠들고 아침이 오면 또 똑같은 생활의 반복으로 되풀이되는 일상이 싫었다. 뭔가 변화가 필요했다.


일상을 단련하는 기술이 있다면 그건 습관이 되기까지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소한 습관 하나를 만들려면 몸과 마음이 모두 반응해야 한다. 내 나이는 이제 생각만으로 만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 먼저 움직이고 몸을 써 내 생활에 활력을 주는 일을 해야 한다. 육아를 하며 지친 마음을 책을 들춰보며 위로받았듯이 이젠 내 몸과 마음의 균형을 위해 무엇을 넣고 무엇을 뺄지 알아야 한다.

내가 무엇을 할 때 즐거움을 느끼고 편안한 마음이 드는지 먼저 찾아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50을 바라보는 내 나이가 이젠 하루하루 소중하고 활기차다. 새벽에 일어나 기도와 명상으로 시작하고 책 읽기와 글쓰기로 마음을 단련하며 간단한 아침 요가 스트레칭만으로도 하루의 시작이 즐거워진다. 여전히 서투르지만 더 단단하고 빛나는 나의 50대를 위해 오늘도 일상을 잘 꾸려나가고 있다. 늦게 결혼해 아직도 집안일과 육아에 지쳐있는 40대의 엄마들에게 나의 일상의 루틴이 앞으로의 몇 년 후를 기쁘게 맞이할 희망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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