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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스텔라 Jan 03. 2024

무한도전

변화와 도전으로 오랜만에 나를 설레게 했던 2023년이 끝났다.
몇 년을 변화 없이 살아왔기에 새로운 시도는 그 자체만으로도 나에게 '도전'이었다.

사소한 계기는 '우연'이었다.
웹 서핑을 하다 갑자기 읽고 싶은 책이 생기는 바람에 평소 접속하던 스마트폰의 앱이 아닌, PC로 도서관 홈페이지에 접속했던 것부터.
잘못 클릭하는 바람에 원래 보려던 '신착도서 알림' 글 대신 '에세이 수업'을 안내하는 글을 클릭하게 된 것도.
살면서 억지로 참여해야만 했던 학창 시절 글짓기 외엔 글을 써본 적도, 관심도 없던 내가 어떻게 그 수업엔 '꼭 참석해야겠다!' 생각이 들었던 거였는지.
그냥 '우연'이라는 말로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우연이 세 번이면 필연'이라는 말이 정말로 있긴 한 건지 생각 없이 신청했던 수업을 통해 에세이의 매력에 빠지게 되고, 글을 쓰게 되고, 결국은 이렇게 브런치에 작가로 등록하게 되었다.

나 스스로 최대의 강점이라고 생각하는 게 바로 성실함이다.
그 장점을 적극 활용하여 매주 금요일,  에세이 수업이 진행됐던 총 열 번의 시간 동안 나는 지각, 결석은커녕 숙제 한 번이라도 빠뜨린 적이 없었다. 처음에는 글 쓰는 일이 어려웠고, 무엇을 써야 할지 막막했지만 그냥 어떻게든 붙잡고 늘어졌다. 그러다 보니 어찌어찌 글 하나가 써졌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며칠 전 읽은 책에서 "Small Big Cycle"이라는 걸 봤다. 작은 성공 경험들이 모여 선순환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어찌 보면 작은 경험이다. 글 한 바닥 작성 하는 것은. 하지만 여태까지 해보지 않았던 일을 도전하여 글 하나를 완성하고, 그 글들이 모여서 '자료집'이라는 성과를 내고 거기에서 용기를 얻어서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고 승인받기까지 각 과정에서 나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성공의 기쁨을 느꼈고 이 일련의 과정들은 나에게는 다 성과가 되고 업적이 되었다.

네 편의 내 글이 실린 자료집. 영롱한 보라빛이 눈부시다.


집안일과 육아는 당장의 결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안 하면 금방 티 나지만 엄청나게 잘하지 않는 이상 '성과'라고 말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이 있는 양팔저울에 해야 할 일 쪽에만 잔뜩 추가 올려져 있는 듯한 삶을 살다가 '글쓰기'를 알게 되니 이게 웬걸! 신세계가 따로 없었다. 내가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글을 쓸 시간이 생겼다. 'ctrl+s'를 누르지 않고 화면을 끄지 않는 이상 작성된 글이 어디로 도망갈 일도 없다. (심지어 요즘 기계들은 참으로 똑똑하여 가끔씩 자동저장을 해주기까지 한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슬픔을 나누면 슬픈 사람이 두 명이 되는 T의 성격 상 남들에게 말 못 하고 가슴속에 쌓아둔 일들을 글로 풀어내면서 나만의 '스트레스 해우소'도 되었다.




글을 쓰는 나 자신이 아직도 많이 어색하지만 그래도 글을 쓰는 시간이 참 좋다.
글을 쓰면서 나 자신을 더 돌아보고, 사랑하게 된 감정들도 좋다.
'자료집'이나 '브런치' 같은 눈에 보이는 성과들도 좋지만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 누구의 딸이 아닌 나 자신을 오롯이 느끼게 해 준 시간들이라서, 그래서 글 쓰는 것이 참 좋다.
이제는 어떤 도전이 나의 가슴을 뛰게 할까?
'성과'같은 건 중요하지 않다. 작은 성공 경험을 알아버린 나는 이제 무엇도 두렵지 않다!
올 한 해도 열심히 도전하고 부딪혀 볼 생각이다. 2024년이 끝날 때쯤에는 무슨 도전을 어떻게 성공했을지 나 스스로가 가장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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