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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스텔라 Feb 01. 2024

그리운 선생님께

 선생님, 안녕하세요? 스텔라예요.

oo국민학교 3학년 6반의 담임선생님과 제자로 만난 지 벌써 수십 년이 흘렀네요.

시간 참 빠르죠?

선생님 좋다고 쫓아다니던 꼬맹이가 벌써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도 다니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둘이나 낳은 아줌마가 되어 버렸으니까요.

선생님은 어떻게 지내고 계실까요?

요즘은 ‘백세시대’니까 평온하게 노후를 즐기시면서 잘 지내실 거라 믿어요.

담배를 많이 피우셨던 기억이 나서 건강은 조금 염려가 되네요.


 지금은 그렇게 하면 바로 뉴스에 나올 얘기지만 제가 국민학교를 다니던 시절만 해도 촌지와 ‘사랑의 매’라는 형태로 가해지는 폭력이 흔했지요. 하필이면 제가 2학년 때, 반장임에도 불구하고 촌지도 안 내고 엄마가 학교일도 안 도와준다며 그 당시 담임선생님께 많이 혼났었어요. 덕분에 저희 엄마는 제가 3학년이 되어 남자 담임선생님을 만나게 되자 한숨 한 번, 반장이 되자 더 긴 한숨을 또 한 번 내쉴 수밖에 없었지요. 

‘남자 선생님께 맞으면 더 아플 텐데. 담뱃값으로 포장되는 촌지를 더 많이 요구할 텐데’ 하는 걱정 때문에요. 그래서 맷집을 키울 목적에 뜬금없이 이때부터 전 태권도도 배웠어요. 

 하지만 선생님은 엄마의 예상과 다르셨어요. 엄마가 선생님께 드리라던 책을 전하고 며칠 후, 선생님은 조용히 절 부르셔서 흰 봉투를 주시더니 “선생님은 책 읽는 것 안 좋아해. 책은 책 읽기 좋아하는 스텔라가 사서 읽고 선생님한테는 이제 안 줘도 돼! 이거는 선생님이 감상문 적은 건데, 부끄러우니까 스텔라는 보지 말고 엄마만 보여드려.”하셨어요. “엄마! 선생님은 선생님인데도 책 읽기를 싫어한대. 웃기지?” 하며 드렸던 봉투를 보고 엄마가 왜 우시는지 고개만 갸웃거렸던 저는 그저 다정한 선생님 밑에서 신나게 한 해를 보냈지요.  


선생님과 헤어지기 싫어서 4학년도 맡아달라고 한참을 졸라대던 저에게 선생님은 그냥 빙긋이 미소만 보이셨어요. 그런 다음에 전교에서 문제아(그때는 그런 개념이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증세가 심했던 ADHD 아이 었던 것 같아요)로 손꼽던 학생 한 명을 위해 특수반을 만들고 자원해서 담임을 맡으셨지요. 그 아이와 만나는 것은 싫었지만 선생님을 만나고 싶어 제가 빨리 점심 먹고 놀러 갔던 거 기억하실까요? 하필이면 특수반과 저희 교실이 건물의 끝과 끝인 바람에 짧은 시간에 후다닥 뛰어갔다 오느라 제가 2년 동안 달리기 실력이 엄청 늘었잖아요! 그렇게라도 계속 뵙고 싶었는데 제가 6학년이 되던 해, 선생님은 다른 학교로 발령받아 떠나셨죠. 


 사실 선생님을 뵙고 싶어서 여러 번 연락을 시도했었어요.

처음에는 6학년 때, 선생님께서 전근 가신 초등학교로 연락드렸는데 전화받은 담당자가 전화 왔었다고 전달해 주겠다고만 하고 그 이후로 연락이 없더라고요. 뭐든지 확대해석하던 한창 예민할 나이일 때라, ‘선생님은 날 벌써 잊으신 걸까. 나만큼 보고 싶지 않은가 봐.’ 서운해하며 넘어갔었어요.

두 번째는 중학생 때, ‘은사 찾기’가 있다고 어디선가 보고 용기 내서 교육청에 전화를 걸었지요. 제가 나온 학교와 그다음으로 전근 가신 학교를 알려드렸으나 검색이 안 된다는 답변을 받았어요. 혹시나 싶어 왈칵 눈물을 터트리자 담당자분이 

“돌아가시거나 그런 건 아닐 수도 있어요. 교직 생활을 그만두셨거나, 장학사로 발령 나면 조회가 안 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라며 달래주셨어요. 그렇게 저의 두 번째 시도도 실패로 끝나고 말았고요. 

세 번째 시도는 고등학생 때, 교육청으로 직접 오면 확인해 주겠다고 하는데 아침 7시에 등교해서 밤 10시에 하교하던 고등학생을 기다려 줄 직원은 없었던 지라 결국 흐지부지되고 말았네요. 그 이후로는 혹시라도 선생님의 안 좋은 소식을 듣게 될까 봐 겁이 나서 알아보지 못했어요. 사실 이것도 다 변명이겠지만요.


 선생님, 그거 아세요? 인터넷 사이트에 회원 가입할 때 비밀번호를 잊어버리는 경우를 대비하여 본인 확인용 질문 답변을 넣는 것이 있거든요. 제가 가장 자주 쓰는 건 이거예요.


질문 : 가장 존경하는 선생님은?

답변 : ㅈㅇㅇ 선생님


 비록 오랜 세월 동안 뵙지 못하고 지내왔지만, 제 마음속에서 한 번도 선생님을 잊은 적이 없어요. 항상 선생님을 존경하고 그리워하고 있답니다. 제 선생님이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올 해에는 조금 더 용기를 내어 선생님의 소식을 찾아보려고 해요. 제가 너무 늦은 것이 아니기를, 다시 한번 선생님의 따뜻한 미소를 뵐 수 있기를 바라며 이만 마치겠습니다.


                                                                                                                             스텔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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