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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스텔라 Feb 07. 2024

도를 아십니까? (1)

**이 글은 어떤 특정 종교를 비난하고자 하는 의도가 전혀 없으며 작가의 개인적인 생각과 경험담임을 미리 알려둡니다. 읽고 괜히 찔리는 종교가 있으면 그게 바로 사이비! 사이비가 아니라면 떳떳하게 읽고 사이비라면 패스하세요.** 


 오랜만에 지인과의 약속이 있어서 대학가 커피숍에 갔다. 우리나라에서 첫손가락으로 꼽는 학교 근처라 그런지 역시나 조용히 혼자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스터디 모임 같은 무리들도 보였다. 한창 대화를 하던 중 갑자기 지인이 몸을 낮춰 속삭였다.

"저 사람들 사이비 같아. 아까부터 가운데 저 남자 두고 돌아가면서 자꾸 그런 얘기를 해"

흘깃 옆을 보자 노트북 화면을 가득 채운 이상한 그림과 문구들이 보였다. 큰 소리는 아니지만 무슨 말씀이라며 중얼중얼 대기도 했다. 

 불현듯 이십여 년 전 일이 생각났다. 그래, 심지어 그때도 이 근처였어! 


 나는 과하게 둥근 얼굴형을 가진 덕에 나이보다 어려 보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사람들한테 만만하게도 보이나 보다. 사실 알고 보면 고구려의 기상을 이어받은 호전적인 여장부인데 말이다. 게다가 나는 어릴 적, 경찰을 꿈꾸며 수년간 태권도를 연마한 태권도 유단자이다. 성격으로 보나, 스킬로 보나 전혀 만만한 사람이 아니란 말이다. 

 지금이야 내가 나이도 많이 먹고 코로나로 인해 길거리 포교활동이 많이 줄어든 덕에 사이비에 잡히는 횟수도 줄었지만 어렸을 때 나는 사이비들의 먹음직스러운 사냥감이었던 것 같다. 지하철역에서 내려서 학교까지 가는 도보 10분 남짓의 그 짧은 거리에서 하루에 다섯 번이나 사이비에 잡혔다면 거짓말 같겠지. 아니다! 심지어 마지막 사람은 단과대 건물 앞까지 날 쫓아왔었다. 폴더 폰을 펼쳐 112에 통화 버튼을 누르려고 하자 금방 도망갔지만.

 수법도 다양했다. 길을 물어보는 척, 내가 착용한 모자나 가방이 예쁘다며 어디서 샀냐고 물어보는 척, 영어 가르쳐 준다고 다가왔던 외국인도 있었고, 아예 대놓고 어젯밤에 조상님이 오늘 귀인을 만난다고 꿈에서 알려주지 않았냐며 '내가 바로 사이비다!'를 온몸으로 외치며 접근하는 사람까지…….

국적도 성별도 가리지 않았고 내 또래일 때도 나이 지긋한 어르신일 때도 있었다. 1:1 전담마크, 3:1로 둘러싸이기까지(솔직히 이 때는 좀 무서웠다) 안 당해본 방법이 없었다. 우리 학교뿐 아니라 친구들 학교에 놀러 가서까지도 잡혀봤을 만큼 전국구로 사이비에 시달렸던 것이다.

아! 맑디맑아서 슬픈 나의 영혼이여!

그래도 저런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들이니까 무시도 하고, 화도 내고 어떤 때는 욕까지 하면서 떨쳐냈지만 지금도 나를 씁쓸하게 만드는 사건이 있다. 



대학 신입생 때 한창 유행이던 친구 찾기 사이트가 있었다. 그 덕분에 연락이 끊겼던 친구들도 찾고, 동창회와 반창회 붐이 일기도 했다. 그 친구도 어느 날 그 사이트에서 쪽지를 보내왔다.

 - 안녕? 잘 지내니? 나 너랑 같이 ㅇㅇ 국민학교 4학년 3반이었던 이땡땡이야.

이땡땡?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봐도 생각이 나질 않았다. 책장 깊숙이에 봉인해 두었던 졸업앨범까지 꺼내 1반부터 12반까지 훑었는데도 그런 이름을 가진 친구는 없었다. 

나랑 유치원부터 4학년까지 오 년을 내리 같은 반이었던 친구에게도 물어봤으나 그런 사람은 모르겠단다. 

 - 미안해. 내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네가 기억이 안 나.

 - 그럴 만도 하지. 나는 1학기 중간에 시골로 전학 갔었거든. 근데 내가 재수 중이라서 공부하려고 서울에 왔는데 혹시 오랜만에 볼 수 있어?

친구만 나를 기억하고 있다는 미안함과 부채감은 나를 의심 없이 그 아이와 만나게 했다.



도를 아십니까? (2)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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