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갈래 선택의 길에서 3

그래도 정신과 약인데 | 약물치료가 필요할까?

by Journey



Y는 7살 가을에 ADHD 진단받았고

8살 크리스마스 날부터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입학 이후에 약물치료 여부를 결정하자."는

의사의 말이 있기도 했지만,

진단 이후 1년 넘게 약물치료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정신과 약이라는 왠지 모를 거부감이 컸기 때문에

가능한 약물치료는 하고 싶지 않았다.


‘약물치료 없이 훈육만으로도 주의력 개선이 될 수 있는지?’

‘소아기에 ADHD 진단을 받았지만 약물치료를 하지 않고도

청소년기까지 일반적인 생활과 학습이 가능했던 사례가 있는지?’

궁금했다.


이럴 때 기댈 곳은 네이버 카페뿐이었다.

(익명의 힘을 빌려 솔직하게 아이의 증상과 궁금한 것을 이야기하며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공감받고 위로받고 조언을 들을 수 있으니까.

소리 내어 울고 싶은데 울 수 없을 때에도 마음속으로 흐느끼며 이곳을 찾곤 했다.)


결과적으로 내가 원하는 답은 듣지 못했다.

간혹 ‘칭찬과 보상이 아이의 행동개선에 도움 되었다.’는 댓글도 있었지만,

아이 스스로도 머리로는 알면서도

행동조절이 안 되는 것이기에

‘약 밖에 답이 없다.’는 경험이 대다수였다.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약까지 먹어가며 아이의 타고난 본성을 억눌러야만 하다니.

다른 나라는 다른 사람한테 피해만 안 주면 그냥 다양성으로 받아들이지 않아?’

한국 국공립학교에서는 수업 중에 질문이 많아 어려움이 많았는데

국제학교로 전학 가니 아이와 엄마 모두 마음이 편안해졌다는 ADHD 자녀를 둔 지인의 이야기를 들으니

이 나라, 이 사회가 원망스러웠다.


‘정말 약 밖에 답이 없는 것일까?’


진단부터 약복용까지 1년 동안 아이의 약물치료 여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던 나.

그런데 적응장애 치료약을 복용한 지 얼마 안돼 생활에 변화를 몸소 느낀 내 경험에 비추어,

A종합병원에서 Y에게 약물치료를 권했을 때 기다렸다는 듯이 동의했다.


‘Y 스스로 느끼고 있는 생활의 불편함을 도와줄 수 있다면 도와주는 것이 맞겠다.’

‘Y가 가지고 있는 자원을 잘 활용할 수 있게 도와 아쉬움이 남지 않게 하는 것이 좋겠다.’

‘주의력 결핍으로 인해 학습에 구멍이 생기게 하면 안 되겠다.’

나도 더 이상 Y한테 부정적인 말은 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Y는 약물치료를 시작했다.

예상치 않았던 ‘틱’이라는 부작용으로 최적의 약을 찾고,

용량을 맞추는 데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이후 적당히 실랑이를 벌이고, 적당히 긴장하며,

모든 것에 적당히, 적당히, 지내게 되었다.

지금까지 약물치료를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지 비교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그래도 가끔씩 ‘내 몸과 마음 편하려고, 아이를 돕는다는 명목으로 약을 먹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죄책감이 들곤 했다.

그러면서도 약을 깜빡하고 안 먹고 학원에 간 날은

'학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면 어쩌지?'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어

‘내가 너무 약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성장과정에서 주변으로부터의 부정적인 반응이 그 사람의 일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잘 알잖아.

최소한 자존감 낮은 사람, 우울감이 있는 사람으로는 안 키울 거야.’,

‘약을 안 먹었을 때, 약을 먹었을 때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는 기회로 삼자.'

라며 마음을 다잡곤 한다.


Y는 기름 없는 고기는 퍽퍽하다고, 기름 있는 고기는 느끼하다고 먹기 힘들어하며,

과일은 모양 반듯한 딸기와 씨 없는 포도, 골드키위, 사과 정도만 먹는 입맛 까다로운 아이이다.

게다가 먹는 양도 적은데

약효가 지속되는 시간은 입맛이 전혀 없고 약간의 구역감이 있다고 한다.

다행히 Y는 입맛 없는 것이 약 때문이라는 것을 아직 모른다.

(약으로 인한 구역감인 것을 알면 당장 단약할 Y이다.)


스트라테라(아토목세틴)는 매일 아침 식사 후,

페니드는 영어/수학학원 가기 전 오후 3시경 주 4회 복용하는데

자신이 그 시간대에 입맛이 없는 것으로 안다.

타고난 체형도 마른 아이인데

키 대비 9kg이 부족한 앙상한 몸을 보면

'약으로 인해 성장부진이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는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약물치료를 기꺼이 선택할 것이다.

불가피한 선택이다.

유년기에 만들어진 부모와 자녀의 긍정적인 관계,

긍정적인 자아인식이 성인기까지 이어진다고 믿기에.

그것을 위해 약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두엽이 잘 성장해 단약 하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




※ 약물치료, 놀이치료 과정(작용/부작용)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이전 글을 참고해 주세요.

<06화 바람을 마주하고 한 걸음씩 가다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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