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HD 진단과 치료과정
자아정체성에 혼란, 부모님과의 갈등으로, 칠흑 같이 어두운 밤 발이 닿지 않는 물에서 허우적대는 기분이었다.
깊고 깊은 구렁텅이에 빠져 빠져나올 수 없을 것만 같은 두려움에 휩싸였지만 그대로 있을 수만은 없었다.
소아 정신건강의학과로 유명한 병원을 수소문했다.
어떤 곳은 이미 수 년치 예약이 되어있어 신환(新患)을 받지 않았고, 어떤 곳은 몇 개월 혹은 몇 년 뒤에나 진료를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정신과에 다니고 있다니……’ 씁쓸했다. (정신건강의학과의 문턱이 낮아진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먼저 진료가 가능한 소아 전문 개인병원에 갔다.
조카 L과의 수술놀이가 발단이 되어 내원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하며 아이가 성장하면서 보였던 발달사항과 특징을 기록해 둔 종이를 내밀었다.
의사는 아이들의 놀이에서 비롯된 가족의 불화를 안타까워하며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Y, 종합 심리검사 한 번 해보시겠어요?”
4주 뒤로 검사 예약을 잡고 Y와 우리 부부가 검사일에 작성해 가야 하는 검사지가 들어있는 서류봉투를 받아왔다. 봉투 속에는 문장완성검사(SCT)지 아이용과 부모용 총 3부, 미네소타 인성검사(MMPI)지 부모용 2부가 들어있었다.
글씨 쓰는 것이 서투른 7살 Y는 문장완성검사를 말로 진행했고 나는 아이가 말하는 것을 받아썼다.
우리 부부도 각자 검사지를 작성했고 바꾸어 보면서 서로의 심리상태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검사일까지 남은 4주간 나는 종합심리검사가 뭔지, 어떤 식으로 결과가 나오는지 등 폭풍검색을 했고......
검사일이 되었다.
Y에게는 “정기적으로 키, 몸무게, 머리둘레 재고 건강 검진하듯이 우리 뇌와 마음도 잘 크고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대. 엄마랑 마음 크는 병원에 가서 Y 마음이 튼튼하게 잘 자라고 있는지 검사해 볼 거야.”라며 내원을 했다.
Y는 임상심리상담사와 자그마한 방에 들어가 약 1시간 반에 걸쳐 심리검사, 지능검사, 주의력 검사를 진행했다.
[심리 검사]
- 벤더 게슈탈트검사(BGT),
- 집-나무-사람 검사(HTPT),
- 가족화 그림검사(KFDT),
- 로샤 그림검사(RORSCHACH TEST)
[지능 검사]
- 웩슬러 4판(K-WASI-IV)
[주의력 검사]
- CAT(Comprehensive Attention Test)
검사결과는 1주일 뒤에 알 수 있다는데 상담일을 기다리는 내내 긴장된 마음에 틈나는 대로 네이버 카페 <거북맘 VS 토끼맘>을 드나들었고 관련된 책도 닥치는 대로 읽었다.
드디어 검사결과 상담일.
떨리는 마음으로 진료실에 들어선 나와 남편은 의사가 건네준 심리평가보고서의 가장 마지막 줄에 눈에 띄는 한 줄, ‘Suggestive of Adjustment Disorder, ADHD’.
‘이 말은 Y가 ADHD라는 건가? 아니 Suggestive, 제안한다는 거잖아.’라며 끝까지 희망회로를 돌려보았다.
그리고 이어진 의사의 말, “주의력이 부족한 것은 그냥 아이의 기질이고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이에요. 아직 어리니 약물 치료하시라고 말씀드리긴 그렇고 놀이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래서 ADHD라는 건지? 아니라는 건지?’ 확실한 말을 듣고 싶었다.
“진단을 내린다면 ADHD인 건가요? 경계라는 것도 있던데, 경계인 걸까요?”
하지만 선생님은 ‘아이의 기질’이라며 했던 이야기를 반복할 뿐이었다.
덧붙여 “주의력, 집중력, 작업 기억력이 낮아(37%), 아이가 갖고 있는 풍부한 자원을 다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고 열심히 했는데 그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아 아쉬울 수도 있어요.”라고만 했다.
뾰족한 답을 들을 수는 없었지만 (그 당시에는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 커서 답을 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검사결과지를 보고 의사 선생님 이야기를 들으니, 그간 Y의 행동의 이유가 퍼즐처럼 맞춰지는 것 같았다.
더불어, 그동안은 ‘아이라서 그런 거지, 그럴 수 있지.’라고 어린 남자아이의 일반적인 특성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것들을
이제는 ‘ADHD라서 그런 것 아닐까?라는 프레임을 씌우게 되는 것은 아닌지.’ 나 스스로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검사 결과대로 Y는 가정 학습지, 유치원 숙제를 시작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숙제를 하는 중 주변 소리 등 시청각 자극에 주의가 쉽게 흐트러지며, 하다가 잘 안 되면 책을 찢는 등 급발진하는 것은 당연했다.
또 배운 것을 여러 번 반복했음에도 잘 기억하지 못했다.
반면, 언어이해 영역이 높아서(99.2%)인지 ‘이 나이에 아이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표현을 하지?’ 할 정도로 똘똘하게 얘기하고, 본인에게 흥미 있는 것이나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으면, 또는 만족할만한 보상이 예정되어 있으면 굉장히 몰입했다.
수행과제에 대한 호불호에 따른 선택적 몰입, 잦은 주의력 분산, 낮은 작업 기억력, 이 모두가 ADHD 성향을 가진 아이들의 전형적인 특성이었던 것이다.
이전에 Y가 “나는 어려운 문제는 잘 푸는데, 쉬운 문제는 잘 틀려”라던지,
“이야기하면서도 다른 생각이 머릿속에 계속 생각나서 어떤 것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어려워. 차근차근 이야기하면 말하려고 했던 뒷 이야기가 생각 안 나.”,
“말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엄마가 기다리라고 하면 말하고 싶었던 것을 잊어서 화가 나.”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비록 7살 아이지만 스스로 본인의 불편감을 놀랍도록 정확하게 느끼고 있음을 알고는 마음이 아려왔다.
이후 검사결과지를 들고 6개월간 대기한 종합병원에 갔다.
ADHD 성향이 있는 것은 맞지만 나이와 환경에 따라 개선 여지가 있음
영어유치원은 특수한 환경으로 그곳에서의 행동으로 판단, 확진할 수 없으며 초등학교 입학 이후를 지켜볼 필요가 있음
성적 호기심이 있을 수 있으나 그것에 몰두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함. 시각적 정보는 가능한 주지 말고 아이들끼리 놀지 않게 지속 관찰할 것
아이와 기질이 안 맞는 아이, 기질을 이해 못 하는 어른과는 서로를 위해 안 만나는 것이 좋음
미디어를 차단하기는 어려운 시대임. 시간제한 하기, 오랜 시간 연속적으로 보이지 않기, 할 일 다 하고 보기 등 보호자의 관리가 필요함
손가락 빠는 것은 ADHD와 무관. 불안에서 기인하는 것. 놀이치료가 불안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임
개인병원에서도 종합병원에서도 놀이치료를 권유한 터라 ‘지금 당장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심정으로 바로 다음 날부터 처음 갔던 개인병원에서 주 1회 놀이치료를 시작했다.
양육은 나 혼자가 아닌 남편도 함께 하는 것이고 아이에 대한 동일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부모가 일관된 태도를 보이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해 놀이치료와 상담에 대한 내용을 매번 꼼꼼히 적어 가족 밴드(Naver BAND)와 카카오톡을 통해 남편에게 전달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Y가 속상해서 눈물이 나는구나. 속상하면 울 수 있지. 어른들도 그런 걸. 마음 풀릴 때까지 울어. 괜찮아. 다 울고 나서 이야기하자.”
“아빠도 초등학교 입학식날 너무 긴장해서 배가 아팠어. 근데 막상 학교 가보니 아무것도 아니더라.”
“엄마는 어렸을 때 속상한 일이 생기면 일기를 쓰곤 했어. 일기에 속마음을 털어놓고 나면 기분이 풀리더라. 더 커서는 혼자 밖에 나가서 산책하기도 했고.”
- 1살에 1분으로 타임아웃(명상)을 해서 스스로 감정을 돌아보고 마음을 가라앉히는 시간 갖기.
- 명상이 체벌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인식되게 해야 함.
“Y가 소시지가 먹고 싶구나. 근데 지금은 소시지가 없으니 소시지 대신 달걀말이는 어떨까? 소시지는 엄마가 이번 주말에 사 와서 구워줄게.”
언제 종결할지,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 전혀 모르고 시작했던 놀이치료는 5개월간 총 17차례에 걸쳐 진행했고 Y에게는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나에게는 Y를 더 잘 이해하고 반응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휴직 중이고 남편이 외벌이 하는 상황에서 회당 8만 원의 놀이치료비가 부담되었다.
경제적 여유가 더 있었다면 상담사가 “어머님은 웬만한 놀이치료사보다 더 잘하시는 분이고, 아버님과 두 분이 Y에게 좋은 One team인 것 같아 어머님을 믿고 놀이치료를 종결할게요.”라고 말했을지라도 몇 회라도 더 진행했을 것이다.
그만큼 놀이치료와 부모교육은 부모로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고 Y에게도 “마음 크는 병원에 장난감 있는 방 또 가고 싶다.”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평온한 놀이 시간이었다.
조카 L과의 수술놀이 1주 뒤 소아정신건강의학과 초진,
1개월 뒤 종합심리검사와 ADHD 진단,
6개월 후 S종합병원 초진
그리고 무려 15개월 뒤에야 A종합병원에 갈 수 있었다.
라디오에서는 의료쇼핑 지양, 지역병원 이용에 대한 공익광고가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ADHD 진단 범위와 약물치료 기준에 대한 의사들의 판단이 다소 다르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은 터라 여러 곳을 안 가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더 이상 가볼 수 있는 병원도 없었다.
이 분야에서 명의인 서울대 김붕년 교수, 연세대 천근아 교수, 개인병원 오은영 원장은 앞으로 수년간 예약이 다 차서 신규 환자를 받지 않는 상태였기 때문에 진료받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해 알아보고 예약했다.
A종합병원 의사는 내가 가져간 검사결과지를 보고 말했다.
“Y의 지능이 좋으니 약을 빨리 먹으면 빠른 효과를 보고 빠른 단약을 할 수 있어서 약물치료를 권해보고 싶은데, 지능검사는 한 지 얼마 안 됐으니 안 해도 되고 주의력 검사만 다시 해보시죠. 이때 한 주의력 검사는 아무래도 어른들의 갈등에 대한 죄책감으로 불안도가 높아 결과에 영향을 줬을 수 있고 초등학교 입학 전후가 다를 수 있으니까요. 밖에서 검사날짜 잡고 가세요.”
차로 1시간을 달려가 2시간 대기 끝에 본 10분 남짓한 진료, 지치고 허무했지만 한 달 반 뒤에 주의력검사를 하기로 하고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드디어 검사일.
다행히 약 15분의 검사 후 결과를 바로 들을 수 있었고 이번에 한 것은 ATA(Advanced Test of Attention)라는 정밀 주의력검사였다.
이전에 한 것은 종합 주의력검사(CAT : Comprehensive Attention Test)로 CAT가 아동부터 성인까지 평가하는 도구라면,
ATA는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평가도구로 시각, 청각 두 가지 종류의 검사를 진행하며 CAT에 비해 조금 더 단순하고 직관적인 결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의사는 결과에 대한 자세한 설명 대신 “청각 주의집중력이 결핍되어 있으니 약을 복용해 보자.”라고 했다.
내가 정신과 약을 복용해보지 않았다면 내 아이에게 약물치료를 시작하는데 오랜 고민을 했을 것이다.
나 또한 약물치료 여부를 갈등하던 끝에 약을 복용해 보니 감정기복이 적어졌고 그 덕분에 아이들에 대한 마음의 여유가 생겨 생활의 질이 높아졌음을 느꼈기에
Y가 초등학교 1학년이던 해 크리스마스 날 아침부터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메틸페니데이트(Methylphenidate)를 성분으로 하는 ‘메디키넷’을 10mg 복용했는데 아이는 단 20분 만에 다른 사람이 되었다.
평소 1시간~1시간 반에 걸쳐 겨우 하던 숙제를 30분 만에 쉽게 마쳤고, 숙제를 하면서 돌아다니지도, 주변 소리에 신경 쓰지도 않았다.
아이는 단지 ‘뇌 영양제’로 알고 복용했지만 스스로의 변화를 느꼈다.
“엄마, 나 오늘 컨디션이 좋은 지 국어, 수학할 때 집중이 잘 되더라.”
약 하나로 이렇게 달라진 아이를 보니 ‘와~ 육아가 이렇게 쉬운 거였나?
다른 부모들은 애들을 이렇게 쉽게 키우고 있었던 건가?
숙제도 이렇게 편하게 하는 게 정상이었던 건가?’라는 생각에 그간 나를 갈아 넣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노력과 수 없이 치른 아이와의 숙제 전쟁이 허무한 한편,
마치 아이의 뇌가 약물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에 무섭기까지 했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그야말로 마법 같은 일이 이어졌다.
Y가 숙제할 때 동생이 “형 이리 와봐.”라며 팽이를 보여주려고 했지만
“이거(숙제) 다 하고.”라고 거절한 후 빠른 속도로 숙제를 마치고 놀았고,
어떤 원리로 라이터에서 불이 나오는지 라이터를 분해해보고 싶은 호기심이 발동했지만
‘위험하다.’는 엄마의 말에 “빨리 어른이 돼서 켜보고 싶다.”라며 자제할 줄 아는 모습도 보였다.
약효는 첫날 12시간,
며칠 후에는 10시간,
그다음에는 9시간,
유지시간이 점점 짧아지더니 8시간 전후로 정착했다. 다행히 메디키넷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알려진 불면증, 식욕감퇴, 신경과민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안심한 기간도 잠시,
약 복용 6일 차가 되던 날부터 아이는 식욕을 잃어
학교 급식을 안 먹고 오기 시작했고, 예민해져서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할 때 눈물을 흘리며 일정공간을 왔다 갔다 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또, 오전에 먹은 약의 효과가 떨어진 이른 저녁에는 장난감을 부수고 싶어 하는 등 행동이 과격해지고 주어진 과업에 대한 호불호가 복약 전보다 더욱 커져, 하고 싶지 않은 숙제는 절대 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마치 약으로 억눌려 있던 자기 본연의 모습을 폭발적으로 보이려는 듯이 말이다.
이것은 나중에 알고 보니 약에 의해 일시적으로 억제되었던 것의 빈도나 강도가 더 증가하는 ‘반동현상(Rebound phenomenon)’이었다.
7일 차부터는 구역감에 따른 식욕저하, 잦은 눈물을 보이는 예민함, 불면, 가슴 두근거림과 함께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운동 틱’이 찾아왔다.
숙제를 하거나 재미있는 영상을 볼 때, 양팔을 양옆 혹은 앞으로 뻗어 터는 틱은 더욱 자주 나타났다.
틱이 일시적인 현상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조용히 지켜보다 결국 18일 차가 된 날 ‘단약을 해야 하는지?’ 병원에 전화문의를 하니 “일상생활에 지장 없으면 계속 복용하세요.”라는 답을 들었다.
하지만 수년간 지속된 아이의 틱으로 고생하는 지인을 가까이에서 봤던 터라, 틱이 고착될까 두려워 자의로 메디키넷 복용을 중단했다.
그렇게 단약을 한 지 2주 차가 된 날 Y와 함께 영어학원에서 집에 돌아오는 길,
“엄마, 그런데 나 이제 왜 뇌 영양제 안 먹어?”
“아, 마음 크는 병원에 가서 선생님이랑 이야기해 보려고. 왜? 먹고 싶어?”
“응”
“먹었을 때랑 안 먹었을 때랑 달라?”
“응”
“어떻게 달라?”
“약을 먹으면 마음이 편해져. 마음이 편하니까 기분도 좋고. 약을 안 먹었을 때는 자꾸 놀고 싶고, 장난치고 싶고. 그런데 자제해야 하니까 마음이 답답해.”
또다시 마음이 아렸다.
아이가 편안해지고 나도 육아가 수월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A종합병원 진료일이 되었다. 의사는 메디키넷 용량을 줄이거나 다른 약으로 대체하는 대신 틱 약을 추가 처방하는 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난 고작 8살 된 아이에게 한 달 사이에 정신과 약 2가지를 먹인다는 것이 부담되어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 처음 갔던 개인병원을 다시 찾아갔다.
“메디키넷 10mg이 굉장히 소량임에도 불구하고 틱이 올라오니 약 복용의 득실을 따져 봐야겠네요.
그동안 복용했던 메디키넷과 같은 메틸페니데이트(Methylphenidate) 성분의 ‘페니드’를 최소량인 5mg을 학원 가기 전처럼 필요할 때만 복용하고, 아토목세틴(Atomoxetine)을 성분으로 하는 ‘스트라테라’ 10mg은 쭉 깔고 가는 것으로 해볼게요.
스트라테라는 복용 2-3개월 후에 효과가 나타나지만 반응이 느리더라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장기적으로 가보죠.”
Y는 9살이 되던 해, 음력설을 지낸 직후부터 스트라테라와 페니드의 조합으로 복용을 시작했고 만 2년이 흘렀다. 초기에는 가슴 두근거림, 식욕저하가 있기도 했지만 틱과 함께 점차 사라졌고 처음에 복용했던 메디키넷처럼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이지는 않지만 안정적으로 일상생활에 적응하고 있다.
한 가지 긴장되는 것은 복용한 지 1년 반 무렵 된 어느 날 밤, 아이의 수면 중 보행(Sleepwalking)을 보았다는 것이다. 다행히 집 현관 밖으로 나간 아이를 내가 목격해 다시 잠자리에 뉘었는데 다음 날 아침, 아이는 밤새 있었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아직 한 번의 일이지만 같은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아이의 과잉행동을 건강한 활동성으로, 충동성을 충만한 호기심으로 여겨왔기에, 우연한 계기로 진단받은 ADHD라는 아이의 타고난 기질을 온전히 받아들이는데 한 계절을 보냈다.
그리고 지금은 아이에 대한 모든 것을 ADHD 증상의 발현이라고 보는 시선을 갖게 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르고 키 크는 시기가 각자 다르듯 아이의 뇌(전두엽) 성장속도도 다름을 인정하고
아이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불편함을 공감해 주며
지지, 지원해 주면 되지 않을까?
주변의 시선과 충고가 엄마의 가슴을 후벼 파는 일을 겪더라도
독서, 글쓰기, 운동, 수다 등 나만의 방법을 찾아 그때그때 이겨내자.
난 어른이고, 나와 배우자의 결정으로 낳은 내 아이니까.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
그대 가슴에 깊이 묻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후략)
- 이적 <걱정 말아요 그대>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