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음의 미학

by 수인
완벽한 행복의 허상


꿈은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끔 이상적인 미술관의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퐁퐁퐁 차올랐다. 오전 10시에 미술관 문을 열기 전, 서로 반가이 인사하는 모습, 상냥하고 친절한 웃음이 오가는 장면, 서로 맡은 일을 묵묵히 하며 때론 장난도 치는 모습. 미술관이 열리고 난 후 관람객은 한가로이 작품과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며 나는 그 모습에서 충만함과 뿌듯함을 느끼는 것. 이 모든 것들이 잘 버무려져 멋진 한상처럼 차려지는 하루가 있다. 그럴 때면 새삼 내가 미술관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고 행복한 것이다. 나는 이 모든 순간들을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내 눈에 담았고 머릿속에 새겼다. 내가 꿈꾸던 완벽한 꿈의 모습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한 날들도 많았다. 완벽한 꿈의 모습은 순간의 형태로 존재했고, 영화 속 장면이 넘어가듯 다른 장면이 그 순간을 덮어버렸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보다는 자신의 일과 이익만 챙기는 듯한 일부 작가님의 모습을 마주하기도 하고 (일부이다. 좋은 작가님들도 많다.), 분명히 의미가 있는 일이겠지만 그 업무가 가지고 있는 자잘함에 함몰되어 일로부터의 소외를 겪기도 한다. 자신의 일을 자연스럽게 내 일인 것처럼 넘기는 사람들로부터 나를 지켜야 하고, 그렇게 했다가 얻게 되는 되바라진 아이라는 오명도 감수해야 한다. 분명 존재했던 아름다운 순간은 저 밑에 켜켜이 쌓여 굳이 들추어내지 않는 한 꺼내어보기 어려웠다.


그냥 도끼에 발등을 찍혀도 참 아플 것이다. 그런데 날 찍을 것이라고 상상조차 해보지 않은 도끼가 날 찍는다면? 아마 내 몸과 마음은 산산이 부서질 것이다. 본격적으로 미술계에 들어선 후 나는 그냥 도끼보다 몇 배는 강력한 도끼에 찍히고 패이는 경험을 했다. 늘 외부의 힘에 의해 흔들렸던 나는, 그리고 그 흔들림의 주된 원인이 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믿었던 나는 원하는 일만 찾으면, 그 일을 하면 내 삶은 드라마틱하게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었다. 그렇게 행복의 열쇠를 찾아 머물던 곳을 떠나서 이곳에 도착했다. 그러나 일 속에 완벽한 행복은 없었다. 일로부터 얻는 행복은 분명 있었지만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에는 나를 아프게 하는 가시 또한 숨겨져 있었다. 아름답지만 가시 돋친 장미. 멀리서 지켜보기만 해도 되었을 것을 나는 괜히 다가가서 손을 뻗었다가 다치고야 말았다.




완벽하지 않음의 미학


충동적으로 머리를 자르러 미용실에 갔다. 나는 어쩐지 기분이 축 처지거나 하면 긴 머리를 싹둑 단발로 잘라버리든지 앞머리로 이마를 덮든지 한다. 마치 헤어 스타일을 바꾸면 내 기분과 상황도 저절로 바뀌기라도 할 것처럼, 그렇게 이상한 구원의 희망을 가지고 미용실을 방문하곤 한다. 예약도 하지 않고 갑자기 찾아간 탓에 항상 내 머리를 맡아주시던 선생님은 계시지 않았고 대신 다른 선생님이 머리를 해주셨다. 내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솎아내며 들추어보시던 선생님은 대뜸 오른쪽 머리숱이 더 많고 머리카락 두께도 두껍다고 하셨다.


"네? 양쪽이 달라요?"

"그럼요! 우리 머리카락은 좌우가 숱도 모질도 달라요. 만약 좌우가 동일해서 완벽하다면 가발처럼 느껴질걸요?!"


나는 내가 불완전한 인간이라는 게 못 미더웠다. 내외면 모두 완벽한 모습이고 싶었고 일도 사랑도 완벽해야 했다. 남들이 보기에 이만하면 됐는데도 나는 항상 내 상황이 불만족스러웠다. 그래서 언제나 나를 혹사시키며 살았고, 그렇게 해서 찾은 꿈에게 완벽함의 덫을 뒤집어 씌웠다. 사실은 꿈도 그냥 일의 하나였을 뿐인데 말이다. 꿈에 완벽함의 갑옷을 씌운다면 그 꿈의 모습은 좌우대칭이 완벽한 가발처럼 기묘한 모습이 될까? 겪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어쩐지 꿈이 가발 같은 모습일 것이라면 딱히 그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다.


완벽한 행복이란 없다는 것을 행복의 가시에 기어코 다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행복에도 균열을 허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전에 아는 분이 내게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사람이 항상 행복하기만 해도 미쳐요." 어쩌면 행복감에 마냥 도취되어 동동 떠다닐지도 모를 나를 꼭 붙잡아두기 위해 행복에 틈이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틈 사이로 조금 숨도 쉬어가며 문득 찾아오는 행복을 누려야 그 행복이 종국에는 더 진실하며 크게 다가올 것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기 위해 행복은 그렇게 금이 간 채로 내게 다가왔었나 보다.


완벽한 행복이라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지만 나는 다시 의미를 찾았다. 영화 <나의 소녀시대> 중










keyword
이전 23화+ 첫사랑의 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