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적으로 떠오른 첫사랑의 환영을 단지 한 번 길게 내쉰 한숨과 울적한 감정에 의해 허송세월을 보냈을 그 당시에, 나는 대체 무엇을 찾고 무엇을 기대했던가? 그러면서도 나는 풍요로운 미래를 얼마나 꿈꾸었던가?
이반 세르게이비치 투르게네프, <첫사랑> 중
열여덟 살의 어느 날, 갑자기 숨이 막혀왔다. 당시 나는 처음으로 누군가를 마음에 품었는데 그 사람을 떠올리기만 해도 감정이 벅차올랐다. 하지만 그 마음은 목구멍에서 턱! 하고 걸려 그 이상 올라가지 못했다. 그렇게 시작되었다 첫사랑이라는 것은-
이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감정은 내 생각보다 더 강렬했고, 이를 처음 마주한 나는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서 그저 숨이 막히면 막히는 대로, 떠오르면 떠오르는 대로 나를 그 흐름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사랑이라는 것은 때론 이렇게 무력해지는 것이었다.
어느 날, 사무실에서 일을 하다 숨이 가빠왔다. 나는 숨이 제발 가라앉기를 바라며 책상 위에 엎드려 숨을 골랐지만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밖으로 나가기 위해 일어섰다. 쓰러질 것 같았다. 사무실에 있던 사람들이 날 쳐다봤고 나는 그중 한 분의 부축을 받으며 밖으로 나왔다. 탁 트인 곳에서 새로운 공기를 들이마시니 다시 숨을 제대로 쉴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미술계에서 일을 하며 종종 내가 짝사랑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일생일대의 사랑을 찾아서 이리저리 시도를 해보다가 겨우 만난 사람인데 도통 내게 마음을 잘 열지 않아 애가 타는 느낌이랄까. 나는 이렇게 하염없이 바라보고 콩콩 괜스레 쳐보기도 하는데, 돌아오는 미적지근한 반응에 사랑의 열병을 앓다가 그만 숨이 가빠지고야 마는 그런 느낌.
열여덟에 시작한 나의 첫사랑은 스무 살 때 끝났다. 2년의 기간 동안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 하면 아무 일도 없었다. 그저 상상 속에서 혼자 좋아하다 혼자 끝내버린, 첫사랑이기엔 풋사랑이었다. 조금 강렬한 풋사랑이었을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에 머릿속에서 더 부풀려진 그 감정은 끝내 펑! 하고 터져 밖에 나오지 못했고 그렇기에 아스라하게 멀어져 갔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내 일에 대한 짝사랑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열여덟 살의 나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과감하게 뛰어들지 못했지만 서른 살이 넘은 나는 어찌 됐건 이 감정에 나를 던졌다. 그래서 폭풍우 속에 있는 것 같았지만 견디다 보니 폭풍우는 또 잦아들었다. 고등학생 때이건 훌쩍 커버린 지금이건 뭐든지 처음은 힘들다. 그저 처음이라서 찾아오는 벅참과 힘듦을 나는 또 겪었을 뿐이다. 그렇게 첫사랑의 환영은 다시 한번 멀어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