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는 쉬는 시간 10분 동안에도 바쁘다. 내가 중학교 때는 말뚝박기를 했다. 1학년 때쯤 열심히 한 거 같다. 점프력이 상당한 애들이 있었는데 버티기가 쉽지 않았다. 아래에서 버티고 있으면 나를 향해 점프를 뛰는 저 미친놈들을 보면서 욕을 했다. 언젠가 목이라도 부러지지 않을까 싶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말뚝박기(출처:지역N문화)
할리갈리는 보드게임이지만 가끔 플레이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말뚝박기가 생각난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게임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보드게임 카페만 가봐도 안다. 종으로 향하는 손바닥과 그 손바닥 위로 무수히 쌓이는 늦은 플레이어들의 손바닥. 승리자는 손이 벌겋다. 이길수록 손이 벌게진다. 종에서 맑은 소리가 사라진다.
구판 할리갈리 (출처: 번개장터 게시물)
같은 종류 과일이 5개가 되는 순간 모두 손이 종으로 모인다. 하지만 승리자는 종을 울린 단 한 사람뿐이다. 하지만 이 게임이 무서운 게임이 되는 건 그 뒤로 참여자들이 종으로 똑같이 손을 뻗는다는 점이다. 물론 얌전한 분들이 하시면 승리자 손등이 벌게지는 일은 잘 벌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승부욕이 강하거나, 조금 어린 친구들이 분위기를 탔을 때 심심찮게 나타난다는 거다.
게임은 하면 할수록 모두 손등은 벌게지고 부어오른다. 승리를 여러 번 했다면 아마도 더욱 손은 더 벌게져있을 거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손을 늦게 내는 사람이 승리자다. (혹 내기를 걸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지만) 게임을 하면 할수록 늦게 내려고 눈치들을 보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다가 슬슬 게임이 어서 끝났으면 하는 생각마저도 든다.
세계 곳곳에서 전쟁을 일으킨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할리갈리 게임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전쟁에 참여한 모두는 할리갈리 참여한 플레이어들 같아서 어느 하나 피해를 받지 않는 이들이 없다. 승리를 목표로 했던 이들은 하나같이 손등이 벌겋게 부어있다.
누군가에게 승리하고 싶다고? 그러면 할리갈리 말고 다른 게임을 추천한다. 애초에 손등이 벌게지지 않을 게임을 하면 된다. 모두가 피해를 보지 않을 게임을 시작하면 된다. 그럼 전쟁은 어떨까? 전쟁은 내가 볼 때 할리갈리다. 애초에 시작해서는 안되고, 시작해서 승리를 목표로 한다면 각오를 해야만 한다. 아니면 영리하게 패배를 하고 깨끗한 손을 유지하거나.
할리갈리 말고도 재밌는 게임은 많다. 승리하여 쟁취하는 건 전쟁 말고도 다른 전략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