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풍선이 없다면 서로 구분도 안 가는 지렁이 같은 애들이 이 게임 속 캐릭터의 전부다. 게임 속에서 다양한 무기로 다른 팀 웜즈를 날리는데 그 효과가 볼만하다. 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맞았을 때 효과나 땅이 터지는 등의 피드백 효과도 수준급이다. 게임 속 감성이 뭐랄까. 할리우드 B급 영화에서 볼 법한 우스꽝스러우면서 막 나가는 개그를 보는 듯하다.
게임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1분이라는 시간 내로 이동과 공격을 함께 해야 하는 점인데 이게 꽤 긴장된다. 거기에 이 웜즈라는 캐릭터는 점프도 가능해서 아주 높지만 않다면 꽤 먼 거리를 이동 가능할 수 있다. (그래서 간혹 야구방망이 무기를 이용해서 상대방을 홈런 맞은 야구공처럼 저 멀리로 날려버릴 수 있다)
시작(왼쪽), 게임이 거의 끝났을 때 (오른쪽)
게임을 계속하다 보면 내가 딛고 있는 땅은 남는 게 거의 없을 때도 있다. 승리는 기쁘다. 하지만 내 다른 웜즈는 거의 사라졌다. 땅도 사라졌다. 남아있는 게 없이, 그저 승리했다는 기쁨만이 남았다.
갈등을 넘어선 전쟁이란 결국은 그런 듯하다. 아무리 좋은 명분을 내세워도 결국 서로가 피를 보기 시작했다면 어느 하나 좋게 넘어갈 수 없다. 그래도 이겼다면야 승리했다는 감정과 다 끝났다는 후련함, 안도감이 가득할지 모른다. 살아남은 군인들은 이제야 가족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전쟁으로 인한 피해, 혹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은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전쟁을 겪었던 그 기억도 어떻고.
너무도 이상적인 이야기지만 할 수만 있다면 대화와 정치로 갈등을 해결해야만 한다.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바라보는 사람들은 답답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갈등이 전쟁으로 나아가 버리면 그때는 알다시피 걷잡을 수 없다. 공동체가 적으로 나뉘는 순간 어느 하나가 완전히 꺾일 때까지 전쟁은 계속 이어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