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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치 Dec 04. 2023

나는 오늘도 왜 사는가?

게임을 사는 일도 게임이 된다. <스팀 라이브러리> 

당신은 스스로를 게이머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개중에 사놓고 플레이 안 한 게임은 몇 개나 있는가? 


PC 게이머들 사이에는 게임을 구매하는 가장 중요한 플랫폼이 있다. 바로 스팀. 스팀이야 말로 게이머들에게는 다시없을 별세계이자, 언제나 빛나는 도시다.


매번 글을 쓰려고 할 때마다 내 스팀 라이브러리를 둘러보고는 했다. 그러다가 게이머들 사이에 하는 말이 떠올랐다. 

스팀 라이브러리(출처:본인)

게임을 사는 게임을 하고 있다. 그렇다. 게임을 구매하는 행위 역시도 일종의 게임으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사람들 마음을 더 구매하게 하는 게 갑작스레 나타나는 할인 공지다. 

스팀 할인과 관련된 밈(meme) (출처:

정가를 주고 사기에는 뭔가 조금은 부담되는 순간 '찜하기'를 눌러놓고는 잊고 있었는데 세일 알림이 왔다. 20%, 30%, 50%, 70%, 90%!  할인을 한다면 참을 수 없다. 시간이 없더라도 언젠가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구매한다. 하지만 쌓이다 보면 다른 게임에 밀리곤 한다. 그렇게 구매한 게임은 계속 쌓이고, 나는 자꾸만 새로운 게임에 관심이 쏠린다. 정작 플레이는 하지 않는 이상한 상황. 


심지어 이런 게이머들의 모습을 게임으로 만든 일도 있다. 


읽지 않은 책과 아직 하지 못한 보드게임이 선반에 가득하다. 그것도 모자라서 스팀까지도 차근차근 쌓는 거 보면 내 성격인 건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여러 밈이 있는 걸 보면 나만 이렇게 살고 있는 게 아니구나 싶어 내심 안심도 된다. (하지만 지갑은 안녕하지 못하다)


중학생 때였나? 당시 활발히 나오던 게임 잡지를 읽으면서 하지 못한 게임에 대한 기대감으로 두근거렸던 때가 기억이 난다. 그때가 게임을 가지고 싶다, 기대가 된다는 마음으로는 처음이었다. 하고 싶었던 게임이 PC 잡지로 나오게 되면 서둘러 사려고 서점에 달려가곤 했다. (발더스 게이트 1을 그렇게 잡지 부록으로 가지고 있다. 문제는 1번 CD 가 없어서 플레이할 수 없다) 


왜 자꾸 사는 걸까? 생각해 보면 그것을 가지고 플레이할 때를 상상하는 게 즐거운 거 같다. 게임을 사면서 나는 게임을 이미 머릿속에서 빠르게 플레이를 한 상황이다. 게임을 사기 전에 소개 영상을 보면서 플레이하는 나를 상상한다. 어떤 경험을 또 쌓을 것인가? 모든 건 순식간에 머리에서 일어나서 내 스팀 라이브러리에 쌓인다. 


플레이를 하지 않았지만, 어쩌면 난 이미 한번 정도는 플레이를 해봤는 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이 상상 속 플레이는 항상 즐겁고, 매우 짧고 강렬하다는 점. 실제 플레이를 하게 되면 재미가 없을 수도 있고, 너무나 수고스러울 수 있다. 불쾌한 경험은 돈을 주고 사두고 맞닥뜨리고 싶지 않다. 


OTT 전성시대. 볼 수 있는 콘텐츠가 넘쳐난다. 시간과 수고스러움이 넘쳐난다. 시간을 재밌게 보내려고 하는데도 보려고만 하면 고민이 된다. 이것도 본 거 같고, 이건 어떻게 진행할지 알 거 같다. 계속 간만 보고 있다. 그래서 쇼츠가 뜨는 건가. 거대한 라이브러리를 보고 있으면 자꾸만 유튜브 쇼츠를 보는 느낌이다. 


머릿속으로만 하고, 영상으로만 보고. 해본 척하고, 읽은 척하고. 옛날 사람 이야기 같지만 내 몸에 새겨지지 않았다면 빠르게 날아가버리는 거 같다. 모든 게 디지털화로 변환되는 와중에 육체를 가진 나는 뭐가 다른 걸까? 어쩌면 몸에 새겨진 기억, 질병, 나이 듦 이 모든 게 지금의 나를 구성하지 않나? 이 자질구레하고 지저분한 삶의 모습이 나를 나로서 있게 하는 거 아닐까. 


그러니 이제는 하나씩 게임을 해봐야겠다. 꼭 엔딩을 보지 않아도 좋고, 5분을 하건 10분을 하건 간에 해야겠다. 낡은 방식이지만 몸에 하나씩 새겨 넣어야겠다. 


이미지 출처: 

- 스팀할인 밈 (왼쪽): https://openeverything.tistory.com/95

- 스팀할인 밈 (오른쪽): https://steamcommunity.com/sharedfiles/filedetails/?id=1429512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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