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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쇼니 Dec 17. 2024

우리의 귀여운 무용담

재잘재잘

"회원님 오늘 수업은 3층으로 오세요~"


평소 수업하던 4층에 수업이 꽉 찼는지 3층으로 오라는 문자를 받았다. 별생각 없이 3층으로 갔는데 넓은 공간에 자리한 캐딜락 기구가 우리를 맞이했다. 캐딜락은 간이침대 같은 매트와 네 개의 귀퉁이에 봉이 달려있는 기구이다. 다른 기구에 비해 고가에 크기도 커서 1:1 수업이 아니면 사용하기 어려운 기구이다. 나도 그룹 수업만 받아봤기 때문에 항상 캐딜락에서 운동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이번에 처음 사용하게 되어 기대감이 가득 찼다.


첫 캐딜락 수업이었지만 나름의 짬(?)이 있기 때문에 무리 없이 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큰 오산이었다. 공중에 매달린 고리에 발을 끼워 넣는 것부터 어려웠고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내 어깨 높이 정도로 한 발을 올리고 사선으로 발을 뻗는데 나의 의지와 나의 육신은 서로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떻게든 낑낑 대면서 양발을 찢다가 옆에 있는 엄마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허공에 발을 뻗는 동작이라 엄마가 중심을 잃어 다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었는데 잘 따라 하는 모습에 엄마가 대단해 보였다.


다음 동작은 캐딜락의 매트 위에 앉아 코어를 강화하는 동작이었다. 무릎을 세우고 팔을 날개 펼치듯 옆으로 뻗는 동작이었는데 복근에 경련이 오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엄마는 정신이 혼미해지는 표정을 비추더니 더 이상 못하겠다는 말을 외쳤다. 그래서 나도 외쳤다.


"엄마 안돼!!! 정신 차려!!!"

강사님과 모두 빵 터지고 다시 한번 심기일전하여 동작에 집중했다. 모든 동작을 마친 후 우리의 사지는 마치 영혼이 분리된 것 같은 느낌에 터덜터덜 집으로 향했다. 차 안에서 그 동작이 얼마나 힘들었으며, 그럼에도 어떻게 버텼으며, 어디가 뻐근한지 조잘조잘 이야기하며 돌아왔다. 운동 후 엄마와 차 안에서 나누는 이런 자잘자잘한 무용담(?)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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