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부터 지각이라니

좋지 않은 시그널

by 쇼니

퇴사한 지 일 년 하고도 나흘째되는 날 다시 출근을 하게 되었다.


그 한 곳을 찾기까지 369일이 걸렸다. 여유가 초조로, 믿음이 의심으로,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마음과 정신을 온전히 붙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버거웠다. 어떤 날은 새로운 각오로 마음이 한껏 부풀었지만 어떤 날은 연이은 낙방으로 세상을 향한 원망에 휩싸였었다. 답답한 마음이 극에 달할 때는 날 것 그대로의 분노를 토해내고 싶었다.


힘들 때 울면 삼류, 참으면 이류, 웃으면 일류라 하던가. 난 아무래도 상관없다. 하다못해 사류든 오류든 아득바득 버텨냈고 끝내 재취업에 성공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참는 자에게 복을 주신 것인지 회사 자체도 굉장히 전도유망한 스타트업이었고 처우 협의도 만족스러운 조건으로 순조롭게 마칠 수 있었다. 담당 업무는 고민스러운 점이 있었지만 추후 업무 확장이나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근심을 가라앉혔다.


첫 출근 아침 현관문 앞에서 나를 배웅하는 어머니의 표정에 안도와 감격이 어려있었다. 나 못지않게 곤고했던 그녀의 369일에 보답하는 마음을 담아 힘찬 목소리로 인사를 하고 나섰다. 평소 자주 다니던 길이지만 혹시 몰라 넉넉하게 시간 여유를 두고 출발했는데도 심각할 정도로 길이 막혔다. 정차 중에 황급히 교통정보를 찾아보니 대형 화물차가 경부고속도로에 쓰러져 모든 차선을 막았고, 그로 인해 국도에 교통 정체가 발생한 것이었다. 자동차 속도는 거북이 마냥 느릿느릿 이었는데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있었다. 불이 붙은 성냥개비처럼 내 속도 타들어갔고 첫인상부터 망치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과 초조함이 소용돌이쳤다.


결국 나는 첫 출근부터 지각을 했다. 이것이 불길한 징조였을까? 간신히 다시 시작한 회사생활도 순탄하지 못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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